▲ 안승익 인하대병원 진료부원장/외과 교수
지난 8월부터 인하대병원은 환자중심 암치료 시스템인 환자 참여 ‘다학제 통합진료’를 시작했다.

두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간경화로 진료를 받아오던 70대 할머니가 직장암이 진단됐다. 암 치료에 대한 두려움과 치료 중 간경화가 진행될까봐 적극적인 치료는 포기하고 증상과 통증만을 해결해 주길 원했지만 소화기내과 주치의는 다학제 통합진료를 권유했다.

이 할머니를 위해 소집된 다학제 통합진료에는 외과·혈액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병리과 교수가 환자, 보호자와 함께 모여 다면적인 치료 방법과 기대효과, 지병인 간경화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치료하지 않았을 때 경험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 상세히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나눴다.

암 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고통받던 환자와 보호자는 진료가 끝날 즈음에는 밝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합리적인 치료를 선택했고, 즉시 입원해 계획된 치료를 잘 받고 있다.

유방암 치료 중 난소종양까지 발견돼 우리 병원을 찾은 50대 외국인 여성을 위한 다학제 통합진료팀에는 여성암외과·혈액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 교수뿐 아니라 성형외과 교수까지 모여 수술 후의 피부 성형 문제에 대해서도 환자와 함께 계획을 세웠다.

수술은 같은 날 3개 과 동시 수술이 진행됐고 환자와 남편은 매우 만족스러워 했으며 감동의 눈물도 보였다.

다학제 통합진료는 사례들과 4~5개의 세부 전문의가 환자와 함께 한자리에 모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환자와 가족에게 직접 설명하는 형태의 새로운 진료이다.

진단과 검사, 수술의 일정 협의가 빨라 치료의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혹여 놓칠 수도 있는 주요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어 안전하고 질 높은 최선의 진료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암 진단으로 매우 두렵고 판단이 어려운 환자와 가족들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고, 무엇보다 다학제 교수들 자체가 환자,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좀 더 이해하게 되고 최선의 치료에 대한 열의와 정성을 가지게 된다.

이 같이 암 치료에 있어서 다학제적 접근의 필요성과 효과가 인정돼 다학제 통합진료는 올해 8월 1일부터 현 정부의 중증환자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시작됐다. 환자가 참여해 의료진과 대면하는 진료에 대해 보험을 적용해 준 것이다.

아직은 상급종합기관과 암관리법에 따른 지정병원에서만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인천에서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은 두 군데 상급종합병원뿐이라 아쉬움이 있지만 향후 암 치료 실적이 우수한 기관들과 입원환자에게도 시행될 수 있는 진료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다학제 통합진료는 이제 시작이다. 이러한 진료의 새로운 방식은 병원의 경영상 이유로만 본다면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진료를 경험한 환자들의 치료 결과가 더욱 좋아지고 만족도 또한 향상되는 것으로 이미 많은 근거들이 있다.

그래서 인하대병원도 암환자들을 위해 대장암·간암·유방암·폐암 등의 분야에서 인천에서는 최초로 다학제 통합진료를 개설해 진료가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암환자들의 치유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른 암 질환에서도 진료 개설을 적극 검토 중이다.

환자와 가족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하며 치료하는 소통의 장이며, 환자들이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환자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진료문화로서 정착되는 데 우리 병원이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