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과천署 여성청소년계 경위
학생들을 대상으로 범죄예방교육을 하다 보면 느끼는 바가 크다. 쉬는 시간 학생들 사이에서 장난을 치면서 욕설이나 비속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해 잘못을 지적해 주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얄궂은 표정을 짓는다.

또한 최근에는 학생 누구나 하나씩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보니 SNS를 통한 대화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나 학생들 사이에 밴드를 구성하거나 반톡이나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 사이버 대화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숙제, 과제물 등 정보 공유의 순기능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부분도 있지만, 친구 사이에 한 비밀 이야기나 욕설, 비방 내용을 여과 없이 사이버상에 그대로 퍼 나르거나 옮기는 등 친구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거나 실제 싸움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9일부터 10월 18일까지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 약 454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 유형 가운데 언어폭력이 35.3%로 가장 많았으며 언어폭력 유형이라 할 수 있는 사이버 괴롭힘 9.7%까지 포함한다면 45%로 학교폭력의 주된 원인이 ‘언어폭력’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언어폭력이 학생들 사이에 만연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통계자료라 아니할 수 없다.

칼로 베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가슴에 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오래도록 깊숙이 자리잡아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한다. 고사성어에 나오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말은 남송(南宋)의 유학자 나대경이 지은 「학림옥로(鶴林玉露)」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수레의 무기를 싣고 왔다고 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치도 안 되는 칼만 있어도 곧 사람을 죽일 수 있다(我則只有寸鐵 便可殺人)”는 경구를 인용해 간단한 ‘말 한마디’, ‘글’로써 상대방의 허를 찔러 당황하게 만들거나 감동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말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소중한 사자성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말 한마디가 고운 말이 아닌 쌍스러운 욕설로 내뱉어지면 학생 사이에 감정이 상하거나 다툼이 일어나 종종 싸움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서로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말은 곧 자신의 인격이요, 품성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이 바른 말과 고운 말을 쓰도록 가정이나 학교, 교육기관에서 언어교육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 바른 말 쓰기, 고운 말 쓰기를 실천한다면 학교폭력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