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요상한 일이다.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어서 유포했는지 알 수 없는 근거 없는 말들이 날개를 달고 온 사방에 퍼져 나가니 말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 없다지만 도무지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유언비어(流言蜚語) 얘기다.

유언비어의 유언(流言)은 흘러 다니는 말이라는 뜻이고, 비어(蜚語)는 징그러운 바퀴벌레를 뜻하는 비(蜚)를 인용하고 있다. 그냥 직역하면 흘러 다니는 바퀴벌레의 말이 되는 셈이다.

어떤 일 때문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은 분명한 사실을 근거로 한다지만 요놈의 유언비어는 대부분 남을 헐뜯거나 비방하기 위해 살이 붙여지기도 한다.

유언비어는 원래 남을 해코지하기 위해 나쁜 말을 만들어 떠든 말이 진실처럼 사방으로 퍼지는 특성이 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요놈의 유언비어는 한편으로는 달콤하다.

누군가 잘되는 것을 두고 보기 힘들 때 들리는 유언비어는 일단 흥미롭다. 확인도 없이 덮어놓고 믿고 본다.

최근에는 SNS의 보급으로 유언비어의 전달속도가 더 빨라졌다. 예전에는 헛소문을 내더라도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간단한 손가락 놀림만으로 온 세상에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최근 SNS에는 10월부터 교통범칙금 인상 소식이 퍼졌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 내용을 접한 사람들은 사실 확인을 떠나 덮어놓고 믿었고 손쉽게 세금을 걷으려 한다고 현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유언비어였다.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이 나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리고 나서야 잦아들었다. 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하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가정사를 둘러싼 유언비어가 SNS에 떠돌며 정치쟁점화되기도 했으며, 검찰이 유언비어를 차단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리기도 했다.

유언비어는 기자사회에서도 정보보고라는 탈을 쓰고 속절없이 돌기도 한다. 팩트에 충실해야 할 기자들조차 사실관계 확인 없이 역병 옮기듯 살을 붙여 옮기기도 한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자칫 집단살인이 될 수 있는 유언비어는 어느 날 내 얘기가 돼 자신을 향한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싹을 잘라야 할 사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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