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끝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참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일이 있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시작부터 운영상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언론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이 인천아시안게임을 정상적으로 취재할 수 없음에 불만을 품은 모 언론사의 한 기자는 오히려 이 상황을 악용해 자신의 속마음을 다른 사람을 이용, 기자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사례가 있었다. 그 일은 수영경기장에서 발생했다.

언론을 담당하는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직원이 중국 기자에게 기자석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주변이 시끄러워 몸과 손으로 기자석을 알려 줬다.

그런데 이를 본 이 기자는 사진을 찍어 기사화함에 있어 자신이 품은 인천조직위의 불만을 중국 기자를 이용해 ‘인천조직위 직원이 중국 기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폭언을 하고 있다’고 왜곡된 기사를 썼다. 이 기사를 본 언론들은 또 기사를 받아쓰는 등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자신의 속마음을 다른 사람을 이용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치 다른 사람들이 한 것처럼 말하고 표현하는 것은 정말 비겁한 짓이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서도 이런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는 당사자와 그 말을 듣는 사람 둘 다 시궁창에 빠뜨리는 짓이다. 자신이 그 사람에게 불만이 있으면 직접 그 불만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고, 잘못이 있으면 따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로에게 피해가 가는 속마음을 숨기는 것도 서로의 우애를 다지는 데 하나의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선의의 차원에서가 아닌, 자신의 속마음을 다른 사람을 팔면서까지 그 사람을 비방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서로 간의 불신의 씨앗이나 서로의 관계 악화에 도화선이 될 것이다.

속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단지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그 자세가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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