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 지난 일요일 오후 특별취재팀의 베이스캠프인 서구 주경기장에 잠깐 들렀다 빠른 퇴근길을 재촉했다.

느긋한 저녁을 먹은 후 TV를 보다 한 코미디 프로에 시선이 꽂혔다. 설정이기는 하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을 가정해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방청객들에게 던졌다.

상황은 이랬다. ‘충남 보령에 놀러 갔다가 꼬부랑 할머니가 운영하는 시골 구멍가게에서 20만 원 상당의 물건을 사고 카드를 긁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20만 원이 아닌 2천 원만 결재됐다.

 할머니가 실수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19만8천 원을 돌려주러 보령까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인천에서 보령까지 가는데 3시간으로 왕복 6시간이 소요되는데다 자신의 돈으로 기름값을 들여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가정이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돈다. 기력도 없는 할머니가 어렵게 운영하는 구멍가게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장 달려가 나머지 돈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왕복 6시간의 시간을 내야 하고 거기에 얼마가 나올지 모를 왕복 기름값을 내 돈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선뜻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떤 것이 정답일까.

보통들은 전자를 선택했을지 모른다. 개개인이 가진 사회적 동정심이 할머니를 선택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은 바쁜 일상 속에서 6시간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고 거기에 기름값을 부담해야 한다.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은 내면적인 끌림일 수 있지만 현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똑바로 쳐다보게 한다. 결과는 이랬다. 돌려준다는 방청객은 128명, 안 돌려준다는 방청객은 돌려준다의 두 배 수준인 263명으로 절대다수가 현실적인 부분을 선택했다.

여기서 우리는 안 돌려준다고 응답한 방청객들을 비난할 수 없다. 사회가 각박해졌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회적 동정심의 확산만으로 인류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헛된 망상이 된다”는 라인홀드 니어의 말이 생각난다. 그렇게 현실은 우리 앞을 가로막는 큰 장벽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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