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하면 도종환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라는 시가 생각난다. 가을비, 낙엽, 바람으로 이어지는 시상의 흐름에 따라 세상살이에서 느끼는 고독과 쓸쓸함을 잔잔하게 알려 주고 있다.

가을비가 지난 20일부터 전국으로 이어지면서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가을비가 오니 부쩍 바람도 차가워진 것 같고, 가을을 뛰어넘어 벌써 겨울이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가을비 때문에 도심에 아름답게 물든 은행잎 등 낙엽이 떨어져 우리네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

가을비가 내리는 날에 너나 할 것 없이 부침개가 생각 날 것이다. 어릴 적 비가 오면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신 해물이나 김치 등을 넣은 부침개를 먹던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퇴근길 동료와 함께 막걸리에 파전도 생각난다. 막걸리와 해물파전 등에 함유된 단백질과 비타민B는 비 오는 날에 드는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이 있어서 일 게다.

이 같은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가을비가 최근에 일어난 안전사고의 아픔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지난 4월 16일 안산단원고 수학여행단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또다시 지난 17일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추락사고로 1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가을비가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환풍구 붕괴 추락사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애도와 슬픔을 알리는 것 같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안전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행복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우리 모두가 나설 때이다. 이 기회에 안전사고로부터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기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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