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에 놀란 새를 상궁지조(傷弓之鳥)라고 한다. 이는 활에 상처를 입은 새가 굽은 나무만 봐도 놀란다는 뜻으로, 한 번 놀란 사람이 조그만 일에도 겁을 내어 위축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또 어떤 봉변을 당한 뒤에 뒷일을 경계함을 비유하기도 한다.

전국시대 말엽 6개 나라가 합종(合從)해 강대국 진(秦)나라와 대치하고 있을 때였다. 조(趙)나라 왕은 위가라는 신하를 초(楚)나라에 보내 초나라 승상 춘신군과 군사동맹에 대해 논의하게 했다. 이 자리에서 위가는 춘신군에게 귀국에 쓸 만한 장군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춘신군은 “우리는 임무군을 총지휘관으로 내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위가는 “옛날 위나라에서 경영이라는 명궁(名弓)이 있었지요. 어느 날 임금과 함께 있을 때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화살을 메기지 않고 활시위를 당겼지요.

그런데 맨 뒤에 날아가던 기러기 한 마리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임금이 그 연유를 묻자 명궁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떨어진 놈은 전에 저의 화살에 맞아 다친 적이 있는 기러기(傷弓之鳥)지요. 그때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우는 소리가 유난히 슬펐고 맨 뒤에 가까스로 따라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화살도 없이 시위만 당겼는데도 그 소리에 놀라 높이 날려다가 상처가 터져 떨어진 거지요’라고. 그러니까 진나라에 혼이 난 적이 있는 임무군을 또다시 진나라에 대항해 싸우는 장군으로 기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 전한(前漢) 때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의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후 상처와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지난 17일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 붕괴사고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노출된 국민들은 그야말로 화살에 맞아 다친 적이 있는 ‘기러기’ 신세다. 무의식적으로 잠식해 버린 ‘안전불감증’이 가져다준 심각한 후유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50.9%가 ‘매우 부족하다’, 44.1%가 ‘다소 부족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또 이를 지수화해 한국사회의 안전의식을 17점(100점 만점)으로 매겼다. 각종 시설물의 안전수준 향상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국민들의 안전의식 고취가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