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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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재자
  • 양수녀 기자
  • 승인 2014.10.24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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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한복판, 자신을 김일성이라 굳게 믿는 남자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꼬여 버린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나의 독재자’가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첫 남북 정상회담 당시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에다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탄생한 영화로 ‘천하장사 마돈나(2006)’, ‘김씨표류기(2009)’ 등을 연출해 주목받았던 이해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명 배우 성근(설경구 분)은 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의 대역 오디션에 합격한다.

생애 첫 주인공의 역할에 말투부터 제스처 하나까지 필사적으로 몰입하는 성근. 결국 남북 정상회담은 무산되지만 그는 김일성 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로부터 20여 년 후. 스스로를 여전히 김일성이라 믿는 아버지 성근 때문에 미치기 직전인 아들 태식(박해일)은 빚 청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다시 옛집으로 모셔온다. 둘은 조용할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영화는 자나 깨나 ‘혁명위업’을 외치며 스스로를 김일성이라 굳게 믿는 아버지와 누구보다 속물로 변해 버린 아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가 부딪히며 형성되는 캐릭터 간의 갈등을 통해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배우들의 호연이 있어 가능한 일로, 김일성의 체중에 맞춰서 몸무게를 불리고 22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연기를 펼친 설경구의 노력과 어떤 영화에서건 제 몫 이상을 해 주는 박해일의 절제된 감정연기가 시선을 끈다.

또한 유머 코드를 얹어 엄혹한 시대상을 표현한 이해준 감독의 필력과 화사한 화면 속에 부조리한 상황을 얹어놓는 역설 화법의 묘미도 흥미롭다.

하지만 무명 배우의 이야기를 따라가던 영화가 후반부에 들어 부자간의 관계로 방향을 틀면서 두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어지지 못하는 점은 다소 아쉽다.

성근이 왜 그렇게 배역에 미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고, 성근과 태식이 나누는 추억의 두께도 깊지 않다. 영화 후반부에 태식이 아버지를 위해 오열하는 장면이 다소 공허하게 보이는 이유다.

이해준 감독은 지난 20일 언론시사회에서 “남북 정상회담 리허설에 김일성 대역이 등장한다는 기사를 보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며 “무엇보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배우와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연 배우인 설경구 또한 “독재자처럼 군림했지만 결국에는 자식들에게 먹힌 아버지들의 이야기, 자식들을 먹여살려야 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라고 더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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