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수원에서 40년 가까이 살고 있다. 서울로 학교나 직장을 다닐 때도 집은 항상 수원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원에서 잘 놀아 본 기억은 없다. 어릴 적 내성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요즘처럼 놀 만한 아이템도 많지 않았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가 됐다. 성인이 된 후에는 겨울 추위에 움츠러들기 마련이지만, 당시에는 두터운 외투 없이도 내복 한 벌에 스웨터 하나만으로도 정신없이 뛰놀던 시절이었다. 이 가운데 겨울철 놀이는 썰매와 연날리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매교동 우등연립(현재도 남아 있음·경기도청 삼거리 앞 웨딩거리 방향)에 살았을 때는 집 앞에 천이 하나 흘렀다. 초등학교 시절, 그 천의 이름은 몰랐지만 겨울에 이곳이 꽁꽁 얼면 ‘뚝딱 뚝딱’ 만든 썰매를 끌고 나가 얼음판을 갈랐다.

고사리손으로 만든 썰매는 엉성하기 짝이 없어 몇 번 타면 망가지기 일쑤였지만, 고치고 고치기를 반복해 해가 질 때까지 달렸다. 내 손으로 얼음을 치며 썰매를 타기도 했고, 썰매에 줄을 연결해 친구들끼리 끌어 주기도 했다.

집 앞 천의 얼음이 덜 얼었다 싶을 때는 천을 따라 올라가거나 내려가면서 빙질(?)을 체크하기도 했다. 좀 더 단단한 얼음판에서 타야 신 나는 게 바로 썰매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썰매 외에 연날리기는 집 앞 공터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세류초등학교 정문 맞은편 쪽 언덕으로, 현재는 이곳이 도로로 나 있다. 30여 년 전 포장도 채 되지 않은 이곳 공터는 인근에 목욕탕 건물 하나가 들어선 것 외에 흙으로 뒤덮여 연날리기는 물론, 뛰어놀기 좋은 알맞은 장소였다.

아직 한창(?)인 나이에 노인네처럼 과거 추억을 떠올리는 스스로가 딱하지만, 문득 자의 반 타의 반 이런 추억조차 없을 요즘 친구들을 떠올리니 더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은 온지 만지 지나, 이제 겨울에 접어들었다. 아이든 어른이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컴퓨터 앞을 떠나 썰매와 연날리기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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