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단체에서 결혼이주여성과 일대일로 멘티-멘토 관계를 맺어 줬다. 각 분야의 전문직 여성들이 멘토 역할을 하고 타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 멘티가 되는 모임이다.

크게 내세울 전문성이 없어서 사양했더니 푸근하고 따뜻한 이사님 성격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 멘토가 됐다.

7명의 멘토와 7명의 멘티가 첫 모임을 합동으로 가졌다. 한국 남자와 결혼해 산 지 10년 전후 되는 분들이 다수라 한국말도 능숙하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여러 교육도 많이 받아서인지 한국생활이 어눌해 보이지 않았다.

임의로 짝 지어 준 내 멘티 파트너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분이다. 동생이 한국으로 먼저 시집을 와서 12년째 살고 있고 이분은 한국생활 2년째라고 한다. 자매가 인천에서 같이 살고 있으니 혼자 이주해 온 여성들에 비하면 덜 외롭고 서로 힘이 될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다.

내 멘티는 카자흐스탄에서 학교 선생님으로 15년을 교직에 있었다 한다. 한때 아이들을 가르쳤던 내 입장에서도 반가웠다. 가르치는 일을 경험한 사이라 대화가 쉽게 풀렸고, 서로 마음을 여는 데도 장벽이 없어서 좋았다.

그녀는 카자흐스탄에서의 교사의 역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교사는 사회적으로 지도자란 사명이 있어서 많은 책임이 따른다며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힘든 직업이라고 한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삶의 지표를 제시해 주고 지식을 가르쳐 주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이라고 격려했다. 때로는 그 특별함이 자기검열이 돼 어른답도록 자신을 컨트롤하며 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까지 진도가 나갔다.

평생에 걸쳐 성장하는 사람은 최고의 멘토이고, 평생에 걸쳐 성장하겠다고 마음먹고 자신을 훈련하는 사람은 최고의 멘티가 분명하다. 탁월하거나 엄청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세상에 많지 않듯이 탁월한 멘토도, 특별한 멘티도 흔하지 않다.

그녀와 내가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만나며 이물 없이 친한 사이가 되고 싶다. 속상하거나 힘들거나 할 때 똑 부러진 해결책이 아니면 어때. 마음을 열어 속을 보여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위안이고 위로가 된다.

핵폭탄도 녹인다는 수다의 힘이 우리 여자들에게는 있다. 기뻐서 행복해서 속상해서 슬퍼서 각기 다른 상황에 웃고 울며 마음을 정화하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우리다.

다행이고 축복인 수다로 아줌마의 파워를 보여 주며 살자 했다. 피부색, 종교, 나이가 무슨 대수라고. 멘토-멘티라고 구분 짓는 것도 하지 말자. 특별한 인연을 잘 가꿔 오래오래 서로에게 멘토로, 서로에게 멘티로 나이 먹고 싶다.

마음이 통했다. 거창하게 멘토-멘티라는 위치를 부여받았지만 우리는 여자로, 주부로, 엄마로, 며느리로, 사회구성원으로 세상사 희로애락을 나누는 사이로 지낼 것이다. 그녀도 연장자인 내가 편하다며 흔쾌히 좋아라 한다. 누가 누구를 이끌어 주는 일방적인 관계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에너지가 돼 긍정의 기운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면 더없이 훌륭한 멘토-멘티가 될 것이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사람과 사람 관계에는 갈등이 존재하는 법이니 먼저 인생 통과의례를 경험한 언니로 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한국말이야 능숙해 대화에 어려움은 없겠으나 환경이 달라 입장 차이는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도움이 돼 줄 멘토 7명이 힘을 모으겠다. 약사, 유치원 원장, 건축사, 가정법률 상담사, 정치인, 작가 등등 우리 쪽 멘토가 힘을 합쳐서 도움을 주면 효과 만점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서로에게 멘토로, 서로에게 멘티로 소소한 힘을 주고받다 보면 그 소소한 힘은 서로에게 파장 큰 에너지로 작용하게 될 것이란 기대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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