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

전국의 교육감 중 서울의 조희연 교육감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폐지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것 같다.

전국의 자사고 49곳 중 25곳을 차지하는 서울의 조 교육감은 지난 9월 자사고 14곳을 평가한 결과 8곳이 기준점수에 미달해 이들 학교를 2016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임을 밝혀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야기됐다.

전국의 자사고 중 2010년 지정된 25곳이 올해 5년마다 실시되는 평가와 재지정 절차를 거쳤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1개 교 가운데 민족사관고 등 10개 교는 재지정 절차를 통과했고, 안산동산고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정 취소를 추진하다가 교육부가 취소에 동의하지 않자 재지정했다. 결국 서울에서만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결정한 셈이다.

1974년 고교입시를 없애고 추첨으로 선발하는 고교평준화 시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평준화 시책은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으며, ‘하향평준화’라는 거센 비판과 함께 사교육 증가 등 폐해가 지적됐다.

사회적으로 제도적 보완 요구가 계속된 가운데 과학고·외국어고 등의 특수목적고와 민족사관고·포항제철고 등 자사고가 잇달아 지정됨에 따라 이 학교들은 학생선발권을 행사하게 됐다.

특히 자사고는 이명박정부에서 도입한 학제로서 고교 교육을 다양화하고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넓히며, 사교육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학교마다 설립 목적에 따른 특성화된 교육을 하도록 교육과정의 자율성도 허용했다. 중학교 내신 상위 30~50% 학생 가운데 추첨으로 선발(비평준화 지역은 학교가 자체 선발)토록 함으로써 입시 과열에 대비했다. 종전의 자사고는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한 채 자사고 대열에 포함됐다.

진보교육감, 특히 서울의 조 교육감은 자사고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모아 일반고를 황폐화시키며, 특성화된 교육보다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만 매달려 사회적 불평등과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사고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전국 2천300여 개 고교 중 2.3%에 불과한 자사고 때문에 65%가 넘는 일반고가 황폐해졌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한다.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자사고와 일반고가 편을 갈라 서로 갈등 분위기를 촉진하게 될 우려도 있다고 한다.

일반고 문제의 원인은 오히려 일반고 내부에 있는 것이며, 학생들의 수준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가르치니 어느 학생이 흥미를 갖고 수업에 임하겠느냐는 것이다.

일반고 중에는 자사고 못지않은 실력을 내는 고교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감이 할 일은 일반고들이 만족도가 높은 학교의 우수 사례를 본받아 스스로 개혁하도록 지원하는 것인데, 왜 일선 학교를 갈등과 반목의 장으로 몰고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고교 교육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이렇게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주범은 학벌주의에 뿌리를 둔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교평준화 이후 40년간 지속된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교육의 이분법적 논란도 문제라고 본다. 학생 수준에 따라 교육과정을 이수토록 해 학력과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을 수월성 교육으로, 학교 간 차이를 해소하고 전인교육을 달성하자는 것을 평준화 교육으로 나눠 대립해 오면서 보수와 진보 간 진영논리가 이에 가세했고,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평준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교육을 대립 개념으로 몰아온 것은 편협하고 잘못된 것이다.

모든 개인은 포부 수준과 과업 수행에 대한 표준, 그리고 보다 좋은 세계에 대한 희망이 다를 뿐만 아니라 정치, 음악, 체육, 문학, 산업, 교육 등의 각 특수 영역에 있어서 최소 수준의 성취를 위한 노력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수월성을 편협하게 규정할 수 없다.

다만 수월성에 대한 모든 광범한 개념은 민주사회의 특징인 가치에 대한 다원적 접근과 개인의 자아실현, 두 가지 기초 위에 구축해야 한다.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Excellence for All)은 전세계적으로 교육이 표방하고 있는 목표이자 가치이다. 모두를 뛰어나게 가르치자는 것은 모두를 엘리트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 개개인에 내재된 소질, 적성, 능력 등을 최대한 발휘케 하는 자기계발의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교육 실천에서 우수성은 수월성 교육의 결과이며, 형평성과 다양성은 수월성 교육의 방법이다. 한 나라 교육의 경쟁력은 맞춤식 수월성 교육을 어떻게 정착하느냐에 달려 있다. 교육감에게 큰 틀에서의 정책적 발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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