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1조7천억 달러(약 1천800조 원)짜리 실험'인 제3차 양적완화(QE3)가 미국이나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종료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지난 6년간 시행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더는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연준은 QE3 과정에서 자산을 약 1조7천억 달러 더 늘렸다. 이는 늘어난 액수만큼 시중에 자금을 공급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현재 연준의 자산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에 상당하는 4조5천억 달러에 달한다.

2012년 9월부터 시작된 QE3의 목적이 '경제 살리기'였던 것과 관련해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QE3에 '낙제'가 아닌 '합격'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최근 나온 주요 경제 지표들은 이를 뒷받침한다.

QE3 개시 직전 1%대였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한파와 폭설 등의 악천후로 말미암아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는 했으나 최근 반등해 2분기 4.6%를 기록했다.

새로운 양적완화가 미국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했지만, 미국 이외의 주요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012년 9월 기록했던 79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달러 인덱스는 최근 85선을 웃돌며 최근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QE3 개시 당시 7.8%였던 미국의 실업률은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지난달 5.9%까지 내려왔고, 연준이 2%로 목표치를 설정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QE3 실시 이후 2%를 넘지 않고 있다.

이런 지표들만 보면 연준의 QE3는 성공적이라고도 여겨질 수 있다.

연준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노동시장 여건이 어느 정도 더 향상됐다"거나 "가계 지출이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고 기업의 고정 지출도 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경제 여건과 고용 상황이 확연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QE3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연준이 최대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QE3를 끝낼 때까지 채권 매입 규모를 조금씩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행했다는 점이나, 지난달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의 적절한 시점에 대한 결론을 내릴 때 특정 자료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연장선에서 연준은 이날 FOMC 성명에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시장 동요를 줄이려는 취지로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자산 매입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표현을 그대로 남겨뒀다.

연준이 선제안내(포워드가이던스)로 '상당 기간'이라는 말을 삭제함으로써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임박했음을 알릴 수 있다는 관측이 지난 9월 FOMC 회의부터 시장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퍼졌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을 뒤흔들지 않겠다는 연준의 의지는 확고하다는 점을 내비친 셈이다.

한편, QE3가 공식으로 끝나면서 미국 통화 정책과 관련된 최대 관심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으로 이동하게 됐다.

기준금리 인상이야말로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칙적으로 채택해온 '비정상적 통화정책'의 진정한 종료, 다시 말해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날 성명에서 연준은 "향후 각종 경제 지표에 근거해 인상 시점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면서도 "지표가 연준이 현재 예상하는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에 더 빨리 접근한다면 금리 인상 또한 현행 예측보다 빨라질 수 있고, 반대로 더 늦게 접근한다면 금리 인상은 예측보다 느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준이 '내년 중반'으로 제시한 금리 인상 시점을 놓고 그렇지 않아도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것이라거나, 오히려 '내년 하반기'나 '2016년 초'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각종 시장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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