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제2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실·국 설치기준 세분화, 시·군·구 부단체장 직급 상향 조정, 지방재정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제도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년이나 지난 지금, 풀뿌리 민주주의를 거스르고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정책들로 인해 정작 지자체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자체 고유의 권한마저 법률로 묶여 있고, 이미 자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내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걸음마 수준인 지방재정 자치 방안은 빠져 있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안행부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자치단체에 중앙정부와 상급 자치단체가 직접 개입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긴급재정관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가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음에도 정부는 교육복지예산 등 정부사업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

국고보조사업 증가, 부동산 세제 감면 등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안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긴급재정관리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28일 ‘지방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별로 1인당 평균 4천620원이 부과되는 주민세를 ‘1만 원 이상 2만 원 이하’로 인상하는 것과 영업용 승용차와 승합자동차,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의 표준세율을 100% 인상하는 내용이다.

이는 부족한 세수를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방자치 역행을 중단하고 지방자치단체 재정건전화를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를 높여 주는 것이 급선무이며,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매칭펀드 형식의 국고보조사업의 개선이 필요하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독립적인 감사기구 설치, 예산·지출에 관한 주민 참여 및 감시 기능 강화 등의 재정건전화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핵심은 재정자치인데 정작 재정자치 향상 대책은 없다.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내실화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업하겠다는 게 전부다.

지자체와 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지방자치가 강화돼야만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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