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선보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가 국내 관객들의 비상한 관심 속에 오는 11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크나이트(2008)’, ‘인셉션(2010)’ 등을 통해 오락영화도 예술일 수 있음을 입증한 놀란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류 멸망과 우주 탐사의 대서사시를 펼쳐 보인다.

땅은 메마르고 공기 속에는 모래가 가득하다. 점점 황폐해져 가는 지구의 어느 농가에 조종사 출신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가 살고 있다. 아들, 딸, 장인과 편안히 살고 있던 어느 날, 쿠퍼는 집에서 이상한 징후가 감지되자 어린 딸 머피와 함께 조사에 나선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신비한 곳에 이른 쿠퍼는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정신을 잃는다. 알고 보니 그가 간 곳은 미 항공우주국(NASA). 심지어 조종사 시절부터 알고 지낸 브랜든 교수(마이클 케인)도 그곳에서 만난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그에게 교수가 우주 탐사를 제안한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의 종말은 불가피하기에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한다며 쿠퍼를 설득한다. 탐험가적인 천성과 지구 황폐화로 자녀가 오래 살 수 없다는 불안에 쿠퍼는 결국 아이들의 눈물을 뒤로한 채 우주로 향한다. 브랜든 교수의 딸 아멜리아(앤 해서웨이)박사 등 과학자들과 함께다.

2년간의 표류 끝에 도달한 토성 인근. 탐사대는 다른 은하계로 통하는 웜홀(두 시공간을 잇는 우주상의 공간)에 접근하고, 그들이 탄 우주선은 그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화는 시간축과 상대성이론, 블랙홀과 웜홀 등의 어려운 용어들이 산재하지만 그것들의 실체를 황홀한 영상으로 구현해 냄으로써 관객들의 이목을 훔친다.

또 인간의 감정이 흔들리는 지점을 정확히 포착해 내 적당한 리듬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를테면 발사를 앞둔 우주선에 앉아 있는 쿠퍼의 표정과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머피의 표정을 교차로 보여 주는 시퀀스가 그렇다.

여기에 신뢰와 사랑 같은 원초적인 감정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뻔한 결론과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영화는 결국에는 관객들의 마음을 휘젓는다.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저 멋진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빛이 사라지는 데 분노하고 분노하세요”처럼 주제와 얽혀 있는 딜런 토머스의 아름다운 시구, 거대한 쓰나미와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의 이미지 같은 ‘무기’들로 말이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와 나날이 발전하는 앤 해서웨이, 늘 연기를 잘해 왔던 제시카 차스테인, 깜짝 등장하는 맷 데이먼의 호연도 주목할 만하다.

169분이라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하지 않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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