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났다. 신해철. 세상은 아직도 그의 죽음에 대해 의료사고냐 아니냐 논란이 뜨겁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음악은 아직도 살아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은 그룹 넥스트(N·EX·T)를 결성해 1992년 내놓은 1집 수록곡 ‘날아라 병아리’부터다. 당시 그룹 음악,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록에 심취해 있던 터라 국내 가요는 잘 듣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날아라 병아리’를 듣게 됐고, LP 음반 모으기가 취미였던 나는 당장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 넥스트의 1집 ‘Home’을 ‘득템’했다.

이 음반에는 ‘날아라 병아리’ 외에도 잔잔한 내레이션이 일품인 ‘아버지와 나’란 곡도 한창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전 한국 록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한국 록이 실내악이었다면 넥스트의 록은 오케스트라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넥스트의 곡들은 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신해철의 음악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랬다.

신해철의 곡들 중 좋아하는 노래는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지만, 지금까지 살며 가장 밀접(?)한 곡을 꼽자면 단연 ‘절망에 관하여’이다.

 이 곡은 신해철이 넥스트가 아닌 영화 ‘정글 스토리’의 OST에 삽입한 곡이다. 군 복무 시절,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던 일개 ‘군바리’에게 이 곡은 등을 ‘톡톡’ 다독여 줬다. 가사는 절망이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결국 ‘그냥 가 보는 거야’라고 외친다.

넥스트 음반에 실린 ‘힘겨워 하는 연인들을 위해’ 또한 인연이 깊다. 이 노래는 그 스스로 동성동본 연인을 위한 노래라 밝혔다. 이를 듣고 카세트 테이프를 사다가 동성동본 연애를 하던 큰형수를 찾아 선물했다. 큰형과 함께 차 안에서 들어 보라고….

이 밖에 ‘Hope’란 곡은 노래방에서 가끔 부를 정도로 역시 손꼽는 노래 중 하나다. 이래저래 신해철은 내 인생에 관여했다. 그는 떠났지만 그 이름 앞에 故자를 붙이고 싶지 않다. ‘날아라 병아리’의 가사를 인용해 그의 안부를 묻고 싶다.

‘굳바이 얄리/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굳바이 얄리/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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