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국 용인서부경찰서 아동청소년계/경사

 지난 3년 동안 경찰서 교통관리계에서 근무하며 도로에서 수많은 운전자들을 만나 적색신호 위반 운전자 단속도 하고, 위반사항 계도 등의 업무를 경험해 봤지만 지금의 우리 학생들이 겪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이야말로 적색신호등이 들어온 사거리의 과속 신호 위반 운전자만큼 위험해 보인다.

2011년 학생들이 지속적인 폭행과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 전 사회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해 이듬해 2월 국무총리 주재로 각 부처 합동으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 현재까지 강도 높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교육부 주관 2014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1.4%로 2012년 1차 조사 결과 12.3%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피해학생 중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학생들도 상당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소한 폭력이나 따돌림도 학교폭력이고 범죄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관내 초등학교를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실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분석해 보면 초등학생들은 장난과 폭력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폭력을 장난의 일부로 생각하며 이에 대한 심각성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학교폭력 저연령화 현상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찾아 학교 및 가정, 학교에서의 강도 높은 관심과 조기 의식 형성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또 학교폭력과 관련해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부모의 낮은 정서적 지지로 인한 낮은 애착관계는 자기통제력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과잉 보호로 인한 부모의 대리 해결로 가해행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기도 한다.

폭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부모의 언행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폭력을 학습하게 되고 습관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며, 이에 대한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가정에서의 인성교육, 학교에서 교사들의 근본적이고 주체적인 문제 해결 의지 등 우리 사회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학교폭력은 근절되리라 확신한다. 지금이 녹색신호로의 점등이 필요한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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