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임금이 나라가 망해 마부와 함께 도망을 갔다.

임금이 마부에게 목이 마르다고 하자 마부는 곧 맛있는 술을 바쳤고, 배가 고프다고 하자 곧 고기 반찬을 곁들인 식사를 차려 왔다.

이상히 여긴 임금이 마부에게 물었다.

“어떻게 마련했느냐?”

“미리 준비해 둔 것입니다.”

“왜 이런 것을 준비해 뒀느냐?”

“임금님께서 피신하실 때 필요하실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해 뒀던 것입니다.”

“그럼 너는 내가 망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더란 말이냐?”

“네.”
“그런데 어찌하여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더란 말이냐.”

“임금님께서는 아첨하는 말을 좋아하시고 올바른 말은 싫어하셨습니다. 저도 말씀을 드릴까도 생각해 봤지만 나라가 망하기 전에 제가 먼저 죽게 될 것 같아 그만뒀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망한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

“임금님께서 망하신 것은 지나치게 현명했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사람이 번성하지 않고 망하게 되는 것은 또한 무슨 이유인고?”

“세상에 현명한 사람이 없고 임금님께서 홀로 현명하셨기 때문입니다.”

임금은 마부의 말을 듣고 기뻐서 수레의 앞쪽 가로대에 몸을 기대어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 현명한 사람이 이러한 어려움을 겪게 되다니….”

말을 마치자 임금은 온몸의 힘이 빠지고 극도로 피곤함을 느껴 마부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그러자 마부는 살며시 자신의 무릎을 빼고 대신 돌멩이 하나를 받쳐 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 후 임금은 들판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임금의 이야기.

내 생각과 다르면 상대방을 무시하고 이야기조차 들으려 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듯이 달콤한 말보다는 실상 듣기 싫은 말이 우리 인생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에서 알게 됐다.

입에 발린 소리보다는 귀에 거슬리는 말이 우리 인생의 보약임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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