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인천 유나이티드 전용경기장. 경기장 중앙 스탠드에서 애절하게 울부짖는 목소리로 응원하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이날 이 시장과 같이 원정응원을 간 공무원들조차 이런 이 시장의 모습에 놀라는 눈치였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목소리에는 애절함을 넘어 간절함이 절절히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성남FC는 강등권인 리그 11위에 승점 34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 상주(37경기 승점 31점)에 승점 3점차로 앞서 있어 인천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리그 10위로 올라서며 강등권을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지만 패한다면 챌린저(2부리그) 강등은 현실이 되는 날이었다.

기초자치단체 최초 시민구단인 성남FC가 창단 첫해 강등된다면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스포서 계약은 물론 예산 문제로 사사건건 시의회와 대립하며 구단 존립 문제도 논의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시장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성남 선수들은 FA컵 우승의 기세를 몰아 인천전을 승리로 이끌며 강등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다. 성남FC는 기쁨을 누릴 시간이 없다. 자력으로 잔류를 확정짓지 않는 한 모든 게 불안하다.

성남은 29일 오후 2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그룹 B(하위 스플릿) 마지막 38라운드 경기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맞붙는다.

11위 경남FC와의 승점차는 단 1점에 불과해 부산전에서 무승부를 거둬도 같은 시간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경남이 상주 상무를 꺾는다면 다시 11위로 내려앉아 승강 플레이오프로 내몰린다.

성남은 FA컵 서울전에 이어 인천전 피로까지 누적된 상태다. 그러나 반드시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선수들의 투혼과 김학범 감독의 지략에 명운을 걸고 있다.

성남은 정규리그 종료 뒤 FA컵 우승 축하연을 가질 계획이다. 이 시장의 간절함과 선수들의 파이팅이 이번 부산전에서 재현돼 시민 모두가 보는 앞에서 기쁨을 나누며 시민구단의 힘을 보여 주는 멋진 피날레가 현실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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