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바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던 제게 한 줄기 빛이 돼 준 소중한 친구입니다.”

최승호(21)씨는 인천혜광시각장애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튜바를 연주한다.

금관악기에 속하는 튜바는 장중한 음색의 깊은 소리가 매력적이다. 승호 씨가 겪은 인생도 튜바와 같이 묵직한 무게로 다가온다.

승호 씨는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나 5살이 되던 해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2년 전 혜광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강남대 특수교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며, 대학 근처에서 친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시각장애로 인해 대학 교재로는 학업이 어려워 교재를 타이핑한 텍스트 파일을 점자정보단말기에 입력해 점자로 공부하는 등 남들보다 몇 배나 힘든 대학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애인과도 같은 튜바가 있다.
“한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사는 것이 두려웠다”는 그는 “튜바를 연주하면서 새 삶을 찾았다”고 밀했다.

과거 녹내장으로 인해 수술받았던 부위가 악화돼 약물치료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호 씨는 튜바 연주를 위해 인천혜광학교를 찾았다. 튜바 연주를 할 때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마음이며 모든 것을 내려놓아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튜바 연주에 시련도 있었다. 담당 주치의는 튜바를 불면 안압이 높아져 위험할 수 있어 더 이상 악기를 연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승호 씨는 멈출 수 없었다.

그는 “나를 다시 이 세상에 설 수 있게 해 준 튜바 연주를 결코 그만둘 순 없다”며 “건강에 이상이 올 만큼은 연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연주를 통해 새로운 나의 가치를 발견하고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부모님께 보여 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며 “일반 오케스트라와 달리 희귀성을 가진 시각장애 오케스트라 단원인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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