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노점상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실시된 27일 노점상인들이 노점마차 위에 올라가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노점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행정대집행 은 이뤄지지 않았다./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27일 새벽 3시 30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광장. 생존권을 지키려는 노점상인 200여 명과 불법 노점을 철거하려는 행정당국의 용역직원이 팽팽히 맞섰다.

남동구는 이날 용역 철거반 300여 명을 동원, 로데오광장 불법 노점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철거 소식에 노점상인들은 광장으로 통하는 4개 길목을 차량과 60여 개 노점부스를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격렬히 항의했다. 특히 가스통과 휘발유 등 인화물질을 이용해 진입로를 틀어막고 바닥에는 식용유를 뿌려 철거원 등의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경찰은 혹시 모를 돌발 사태에 대비해 4개 중대 300여 명의 경찰관을 배치했고, 4대의 소방차와 20명의 소방관 및 구조구급대원들도 광장 외곽에서 대기했다.

노점상인과 철거반이 대치한 지 1시간여가 지난 오전 5시. 행정대집행 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가던 상인들 앞으로 철거반을 동반한 남동구청 직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을 지휘하던 장석현 남동구청장이 철거반을 노점상인 정면 20여m까지 전진배치하며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돌았다.

결국 오전 7시 30분께 철거반이 광장으로의 첫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기름통에 불이 붙으며 용역직원과 노점상인 각 1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를 우려한 장 구청장의 지시에 따라 오전 8시께 철거반이 철수하며 더 이상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채 상황은 종료됐다.

로데오거리에서 떡볶이를 파는 노점상인 A(63·여)씨는 “관할 구청이 서민들의 생활권마저 빼앗아 가려 하고 있다”며 “여기는 노점상인들이 살아갈 마지막 보루이자 생활터전으로 끝까지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경비를 담당한 이성형 남동경찰서장은 “상인들이 휘발유를 가지고 있어 자칫 인명피해로 번질 수 있었지만 별다른 사태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장석현 구청장은 “노점상인들로 인해 일반 상인들의 피해가 빈번히 발생해 철거하려 했지만 인명피해가 우려돼 강행할 수 없었다”며 “노점상인들과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는 방안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