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진행을 맡고 있는 경인방송의 아침 시사 프로그램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 (월-금 06:00-08:00)’에서는 매일 매일 다양한 분야의 출연자와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 교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등 그야말로 이슈가 되는 분이라면 그 누구와도 방송을 합니다. 그 중에 ‘상쾌한 아침이 만난 사람’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이 코너는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리포터가 직접 찾아가서 말씀을 나누는 포맷으로 진행됩니다. 그동안 버스 기사, 제빵사, 식당 주인, 취업 준비생, 가정주부, 직장인 등등 우리 이웃들을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하고 방송했습니다.

출연했던 분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 있습니다. 동명여중 김정인 교감선생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 분은 중학교 학창시절 수업 시간에 ‘그런 쉬운 것도 모르냐’면서 선생님께 뺨을 맞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일을 겪으면서 그 분은 ‘나는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에게 친절히 대해주고 쉽게 가르치고 관심 가져주고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교편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한대로 진정으로 제자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교사가 되려는 마음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일 년 내내 교복도 입지 않고 다니는 축구 선수인 제자가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문제아였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과 가족 간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 하면 격려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 아이와 함께 있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일 년 동안을 매일 새벽 축구단 훈련 시간에 함께 있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루퉁하던 그 학생이 매일 매일 함께 하는 그 정성에 결국은 마음의 문을 열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였고 지금은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요즘도 가끔 찾아옵니다” 함께 있어준다는 것, 참 중요한 일입니다. 제자 옆에 있어 주기 위해 매일 새벽 일찍 출근하셨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또 다른 제자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한 제자가 대학에 입학한 해에 불쑥 찾아와서는 ‘늘 용기를 주시고, 희망을 주시고, 언제나 학생 편에서 생각해주시고 격려해 주시던 선생님! 사랑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사실 제게는 그렇게 기억에 남는 제자가 아니었는데 그렇게 고마운 인사를 받고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스승에 그 제자입니다. 현재 재직 중인 동명여중에는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이른바 ‘학교 폭력’이 없습니다. 김 교감선생님은 그 이유로 ‘언어의 변화’를 꼽았습니다.

그 학교는 매일 아침 교감선생님을 비롯해서 모든 선생님들이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학생들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화답을 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고 주뼛주뼛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먼저 인사를 하고 있고 그러한 언어의 변화가 지금의 학교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확신하고 계시더군요.‘말의 변화’ ‘언어생활의 변화’가 학교폭력을 몰아낸 유일한 이유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리라고 저는 판단합니다.‘언어는 생각의 집’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말로 나오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 강의뿐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학생들의 수업을 진행해왔던 할 어반이라는 작가는 저서 ‘긍정적인 말의 힘’을 통해 이렇게 주장합니다.“‘'말’ 속에는 우리의 마음, 심지어 신체까지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다. 실제 실험과 연구를 통해 말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증명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말로 인한 상처가 너무나 많습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하는 말을 그대로 흉내 내는 자녀들, 학교에서는 서 친구들의 언어폭력 때문에 고통 받는 학생들, 직장에서는 상사의 무시하는 말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직원들 등등.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내가 쓰는 말을 먼저 바꾸면 그것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긍정, 격려, 행복, 희망, 사랑의 언어가 넘쳐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가장 쉽게 말로 줄 수 있는 선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실천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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