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려장은 명아주의 대로 만든 지팡이를 말한다. 중국 후한 때 사용했다는 것이 기록에 전해지며, 한국에서도 통일신라시대부터 장수(長壽)한 노인에게 왕이 직접 청려장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고, 민간요법에서도 신경통에 좋다고 해 귀한 지팡이로 여겨졌다.

특히 재질이 단단하고 가벼우며 모양도 기품과 품위가 있어 섬세한 가공 과정을 거칠 경우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 예부터 환갑을 맞은 노인의 선물용품으로 널리 이용돼 왔다.

조선시대에는 나이 50세가 됐을 때 자식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청려장을 가장(家杖)이라 했고, 60세 때 마을에서 주는 것을 향장(鄕杖), 70세 때 나라에서 주는 국장(國杖), 80세 때 임금이 내리는 것을 조장(朝杖)이라고 해 장수한 노인의 상징으로 여겼다.

안동의 도산서원(陶山書院)에는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짚고 다니던 청려장이 보관돼 있다. 또 1992년부터는 ‘노인의날’에 그해 100세를 맞은 노인들에게 대통령 명의로 청려장이 주어지는 등 전통 장수 지팡이이자 민속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청려장은 어른이 지니는 존경과 권위의 상징이다.

명아주는 영어로 ‘goosefoot’이라고 한다. 이는 ‘거위발(풀)’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서양 사람들은 명아주의 잎을 보고 거위의 발 모양이 떠올랐을 것이며, 학명에서 속명인 ‘Chenopodium’은 ‘곰의 발’이란 뜻으로 이래저래 ‘발’과 인연이 깊은 식물이다.

최근 안산시 단원구가 청사 뒤편 유휴지에 명아주 3천여 그루를 심어 청려장을 제작, 안산지역 90세 이상 노인 1천326명에게 전달하고 점차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일명 ‘사랑愛-孝 지팡이’라 불리는 ‘단원 청려장’은 노인 건강을 기원하기 위한 마음으로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더욱 의미가 깊다.

청려장 제작사업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가볍고 튼튼한 이동수단 제공뿐 아니라 노인복지 향상 및 일자리 창출과 우리 전통문화의 핵심인 효 사상 확산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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