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기 강화경찰서 송해파출소/경위

 첫눈과 한파를 동반한 고려산 새벽 공기는 차고 매서웠다. 새벽 도로에서 나와 눈보라 치는 날씨에 새벽을 열어 주는 청소부 아저씨들의 발놀림이 분주한 가운데 112순찰차를 타고 치안 현장을 살피며 일상에 지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불 꺼진 동네 구석구석을 누빈다.

이제 연말연시가 시작됐다. 매년 이맘때면 범죄와 각종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사람들의 송년모임 회식 등으로 인해 순간 해이해진 마음으로 사고가 가장 취약한 시기다.

치안 현장은 늘 범죄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어둠이 깔리는 불 꺼진 원룸마을, 공원에서 혹시 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성과 취객들을 노리는 범죄자들의 동정을 살피며 경계해야 한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 산 너머 농촌 마을 초입에는 홀몸노인의 생사 의심되는 집, 달동네 다리 건너 빙판길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자주 통행하는 곳, 공사장 맨홀 뚜껑이 없는 곳, 밤늦은 시간 취객들의 출현이 많은 장소, 이처럼 치안 현장의 아픔을 줄 수 있는 곳에서는 작은 경고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달포 전 한 청년이 필자의 파출소에 다급히 80세 치매노인을 데리고 왔다. 운전 중에 안골마을 도로 중앙을 걸어가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자신의 차량에 태워 “집을 좀 찾아주세요”라며 도움을 요청한 청년.

파출소에 들어온 노인에게 따뜻한 물부터 마시게 하고 귀가 어두운 노인의 성명과 나이, 사는 곳을 여러 차례 반복해 묻자 읍내 교회에 다니는 딸을 수소문 끝에 찾아 연락이 됐다.

약 1시간 후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40대 중반의 딸은 등에는 애기를 업고 어머니를 애타게 찾다가 파출소에 왔다.

딸은 어머니가 몇 년 전부터 치매 증세로 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누군가 보호하지 않으면 어디론가 나가고 없어 속을 태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감사의 말을 남기고 파출소를 떠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노인의 얼굴을 확보하고 연락처를 휴대전화에 저장시키고 다음에 생길 일에 대비하는 것이다.

연말 특별방범령 속에서 112신고에 대한 초동 조치에 온 힘을 기울이며 기초치안을 더욱 확립하고,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아픔이 있는 곳부터 치유하는 국민중심 경찰 활동에 힘을 보태는 국민 협조와 제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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