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학교 동문 후배들의 특강을 위해 KTX에 몸을 실었다. 비록 캠퍼스는 달랐지만 그래도 동문 후배들이기에 긴장 반, 설렘 반의 마음을 안고 두 시간여 끝에 경주에 도착했다. 천년고도의 땅을 밟아 든 첫 생각은 평일이지만 ‘오늘 굳이 월차를 내야 할 수밖에 없었나’하는 현실에 대한 원망이었다.

어찌됐던 학교로 향했고, 교수들과의 ‘티타임’ 후 강의실로 향했다. 주제는 ‘국어국문과 미디어’ 가운데 맡은 분야는 ‘국어국문과 신문’으로, 진로 특강이었다. 사전에 들은 설명으로는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현장의 경험을 그대로 전달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강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학생들을 본 순간 살짝 당황했다. 대학교 3~4학년이면 어느 정도 성인의 모습이어야 하는데,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흡사 어린아이들과 같았다. 내가 나이를 먹어 일상에 찌들었다는 미안함과 아직 순수함을 간직한 듯한 그네들에 대한 고마움이 교차했다.

당황한 기색은 표정에서도 감출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전날 과하게 섭취한 알코올은 뒤늦게 발동을 걸어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다. 말투에서도 살짝 떨림이 울렸다. 그러나 오래 가진 않았다.

이내 차분히 강의를 이어갔고, 기자는 ‘놈’이라는 평소의 소신과 3D 직업이라는 점, 항상 자기 자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당초 계획으로는 50분 강의(이후 25분 질의응답)였지만, 이를 살짝 넘겨 준비한 내용을 다 풀지도 못한 채 부랴부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질의응답 시간까지 모두 마친 후 강의실을 나와 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차’ 싶었다. 그 친구는 “이번 선배들의 특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힘들다며 (해당 직업을)만류한다”는 것이었다. 현장의 경험을 그대로 전달했지만, 아직 대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은 그들을 위한 배려가 없었던 것이다.

올라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 많은 이야기를 못 해 준 것도, 그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도, 미안한 마음은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미안하다. 후배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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