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가 지적장애 3급인 여성을 여고생 시절부터 4년에 걸쳐 수차례씩 성폭행한 혐의로 전직 버스운전기사 4명을 기소의견 불구속 송치한 데 대해, ‘안성시 지적장애인 성폭행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보도다.

이들은 시민 1천700여 명에게서 서명받은 ‘가해자 엄벌 촉구 시민 명단’을 제출하고 피해여성 보호와 일벌백계 차원에서 가해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범죄에 노출되는 장애인 대부분은 표현력과 사고력이 부족한 지적장애 여성이다. 지적장애는 가장 낮은 등급이 3급으로 모두 중증장애에 해당한다. 이들의 정신연령은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 불과해 사건을 체계적으로 일관되게 진술하기가 어렵다. 이를 반영하듯 장애인 대상 성범죄 기소율은 일반 성범죄 기소율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현행 법률상 성범죄가 성립되려면 폭행이나 협박 사실, 혹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등의 정황이 인정돼야 하나 여성장애인은 비장애 여성에 비해 성폭력에 대한 인지와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다, 언어적 표현이 서툴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적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온전히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여성장애인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는 각 장애 특성을 고려한 상담 및 법적·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 여성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권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장애인들은 특성상 피해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강한 항거가 어려워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일반적인 잣대가 아닌 장애인의 유형별 특성을 이해한 수사와 판결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지적장애 여성은 사회의 약자이며 소외된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많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장애인은 정신지체인 특성인 지적 능력과 적응 능력이 제한돼 있어 성폭력에 대한 예측 능력과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그 피해의 양상은 한층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성폭력 피해 후에 이에 대한 대처 방안 마련도 어렵기 마련이다.

여성장애인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려면 장애인 대상 성범죄 성립 기준이 따로 마련될 수 있도록 성폭력 관련법이 정비돼야 한다. 장애인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범죄가 더욱 확산될까 우려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