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의 이한(李瀚)이 어린이들의 학습에 편리하도록 경사(經史) 속에서 고인(故人)의 사적을 뽑아 엮은 「몽구(蒙求)」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당시 어린이였던 손숙오(孫叔敖)가 하루는 들판에서 놀다가 들어와 근심하면서 밥을 먹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들의 모습을 이상히 여겨 그 까닭을 물으니 손숙오는 울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오늘 바깥에 나가 놀다가 풀밭에서 머리가 둘이 달린 뱀을 보았습니다. 이 뱀을 본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고 하는데 아마 저는 곧 죽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두려워 밥도 먹지 못하겠고 울음만 나올 뿐입니다.”
이 같은 대답에 어머니는 다시 “그렇다면 그 뱀은 어찌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손숙오는 나 이외의 다른 이가 뱀을 보고 나와 같이 죽게 될까 걱정이 돼서 나만 죽으려고 그 뱀을 잡아 땅에 묻었다고 대답했다.

손숙오의 이야기를 듣고 난 어머니는 “염려하지 말아라. 너는 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들으니 ‘음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나타나는 보답이 있다’고 하더라”며 안심시켰다. 손숙오는 자라나서 높은 벼슬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는 ‘유음덕자필유양보(有陰德者必有陽報)’로, 남이 모르게 덕을 베푸는 사람은 반드시 좋은 보답이 따른다는 뜻이다. 숨은 덕행(陰德)이다.

요즘 연말연시를 맞아 사회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훈훈한 나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기업 후원은 감소했으나 개인들의 ‘십시일반’ 기부가 증가하면서 자선·구호단체를 통해 이뤄진 기부와 후원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분위기가 확산됐을 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이웃돕기 캠페인 등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특정 목적을 가진 기부에 동참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연말연시에 집중적으로 모금활동이 이뤄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웃돕기 모금도 예년보다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어려울수록 함께 나누는 덕행, 나눌수록 커지는 행복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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