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을 내리자 헌재 주변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터져 나왔다.

 서울 종로구 현대사옥 맞은편에서 통진당을 상징하는 보라색 풍선과 당기를 들고 앉아 법정 상황이 생중계되는 대형 스크린을 주시하던 통진당원과 지지자들은 ‘기본적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결정문이 나오자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이어 해산 결정이 나자 여기저기서 ‘아’ 하는 탄식이 쏟아져나오면서 고개를 떨어뜨리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일부는 눈을 질끈 감거나 눈물을 훔쳤으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 이들도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한 지지자는 “정당 해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는 죽었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이자 테러”라고 울부짖었다.

 통진당 이정희 대표는 헌재에서 나와 오전 11시 15분께 집회장에 도착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붕괴됐다”며 “피와땀을 흘렸던 광주 민주항쟁과 6월 민주항쟁 성과물인 헌재가 스스로 허구와 상상에 기초해 만들어 낸 판결문”이라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석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라고 만든 헌재가 도리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앞장서는 이 잔혹한 현실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 앞에서는 선고 직후 국제앰네스티가 기자회견을 열어 통진당 해산 결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국가 안보를 가장해 야당 정치인들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반면 헌재 인근에서 이날 오전부터 통진당 해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해산 결정에 ‘대한민국 만세’를 연호하며 환호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살아있음을 오늘 확인했다”며 “통진당은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반국가 행위를 한 이들이기 때문에 해산이 지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 태극기를 들고 헌재 앞으로  이동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단체 간 충돌과 헌재 앞 돌발 상황 등에 대비해 16개  중대·1천200여명의 병력을 헌재 주변에 배치, 삼엄한 경비를 펴는 동시에 헌재 주변을 지나는 이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검문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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