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잦은 송년회 때문에 ‘통풍’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간혹 음주 다음 날 엄지발가락 관절이 아팠던 경험이 있다. 통풍 때문에 술자리를 피하거나 음식을 골라 먹는 친구도 있다.

통풍은 간략히 말하면, 신장 등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져 요산을 걸러내는 능력이 약해져 생긴다. 요산은 단백질에서 나온 퓨린이라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데,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엄지발가락이나 무릎 관절 등에 쌓이면 통증을 유발한다.

심한 운동 혹은 무리한 다이어트도 통풍의 원인이 된다. 이럴 경우 근육에 있던 요산이 녹아 관절에 침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 과음이나 폭식 후에 통풍 확률이 높다.

몇 년 전, 한 대학병원 교수의 통풍에 관한 재미있는 논문을 발견한 적이 있다. 바로 술의 종류에 따른 퓨린 농도를 비교한 것이다.

국내 마트에서 구입한 맥주·소주·막걸리·와인·위스키 등을 분석한 것이었는데, 소주와 위스키에서는 퓨린이 검출되지 않았다. 많이들 알고 있는 것처럼 퓨린 농도가 가장 높은 술은 맥주다.

당시 전화 인터뷰에서 해당 교수는 “알코올 자체가 요산 배출을 둔화시키기 때문에 통풍 환자에게 술 자체는 권장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맘때처럼 어쩔 수 없는 술자리가 이어진다면 논문 결과를 한 번쯤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하나 더, 흔히 통풍 예방은 육류는 적게 먹고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문의들은 ‘큰 의미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적으로 이보다는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평소 통풍약(고혈압 약처럼 매일 먹는 약)을 챙겨 복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통풍(痛風). 사실 오늘 이 이야기의 출발점은 ‘나’ 자신에 있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요즘, 내 마음 저쪽 한 구석엔 알 수 없는 요산이 쌓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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