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백정 오원춘과 박춘봉 사건에도 모자라 엊그제 또다시 인천에서 여행용 가방에 담겨 버려진 한 노파의 주검이 발견됐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내던지게 하는 것일까?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 파주지역에서 내연관계에 있던 70대 재력가를 납치해 청부살인한 뒤 시멘트로 암매장한 모녀에게 최근 법원이 중형을 선고한 사건이 관심을 더한다.
이들 모녀는 지난 4월 11일 오후 4시 20분께 파주시 적성면 자신들의 집으로 A(72)씨를 납치한 뒤 나흘간 굶겼다. 그 사이에 A씨의 신용카드를 빼앗아 3천만 원의 현금을 인출했고, 굶주림과 강박감에 지친 A씨의 목을 노끈으로 졸라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 만삭의 몸이었던 미국 국적의 딸은 심부름센터 직원인 공범을 섭외해 서울 서초동의 한 빌라로 A씨의 시신을 옮겨 베란다에 이중 벽돌층을 쌓은 뒤 시멘트를 부어 은닉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단다.
이런 짓을 한 이유가 “수년간 내연관계를 유지해 온 A씨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한데다, A씨가 다른 여자를 만나 헤어지면서 위자료를 받지 못한 데 앙심을 품고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변명이라니 기막히다.
결국 지난 22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심에서 담당 재판부는 이들에게 강도살인 및 사체은닉 등의 죄를 물어 문제의 배모(64)씨에게 징역 30년, 함께 범행한 친딸 후쿠시마(24·미국 국적)씨에게는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다.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가 지극히 비열하고 극악무도하다”며 “밧줄에 묶여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고령의 피해자를 노끈으로 10분간 목을 졸라 살해하고 끔찍하게 사체를 은닉한 점 등으로 미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내린 재판부의 주문조차 그저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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