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에 미불유초선극유종(靡不有初鮮克有終)이라는 말이 나온다.

진(晉)나라 영공(靈公)이 한때 말이나 행동이 도리에 어긋날 정도로 무도(無道)했다고 한다. 당시 사계(士季)라고 하는 충신이 영공의 이 같은 잘못된 일을 간곡하게 지적(諫)하기 위해 내전에 들어가 넙죽 엎드렸다. 그러나 사계의 의도를 미리 알아차린 영공은 이를 못 본체 발길을 옮겼다.

그래도 단념하지 않고 사계가 세 번째 처마 밑까지 가서 엎드리자 그제야 겨우 알아차린 체한 영공은 사계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알았소. 내가 잘못했소. 앞으로 그러지 않겠소”라며 그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계는 영공의 말을 받아 다음과 같이 간곡히 호소했다고 한다.

“사람이 누가 허물이 없겠습니까. 잘못하고 능히 고친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일은 없습니다. 시경에도 말하기를 ‘처음이 있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靡不有初) 능히 끝을 얻는 사람이 적다(鮮克有終)’고 했습니다. 이 말만 보더라도 잘못을 바로잡는 사람이 드물 것 같습니다. 만일 임금께서 능히 끝을 맺으신다면 이는 이 나라의 복입니다.”

사계의 이 같은 지적은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가 성공을 결심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끝까지 그 결심이 누그러지는 일이 없이 계속하는 사람은 적다는 뜻이다. 즉, ‘유종의 미(有終之美)’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사계가 인용한 이 같은 내용은 시경 대아(大雅) 탕편(蕩篇)에 나오는 말로, ‘유종의 미’의 중요함을 내포하고 있다. 즉, 도중에 그만두는 일 없이 끝까지 견뎌 목표를 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2015년 양의 해(乙未年)가 밝았다. 한 해의 처음이 시작됐다. 누구나가 새해가 되면 희망을 꿈꾸며 새로운 목표를 향해 각오를 다진다. 시작과 함께 세운 목표를 능히 끝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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