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청양(靑羊)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1945년 광복과 더불어 남북 분단이 된 지 70주년이 되는 새삼스러운 해이기도 하다.

일본제국이 저지른 반인륜적인 전쟁범죄를 징벌하는 무장해제의 과정에서 애꿎은 우리 민족을 남북으로 분단한 미소 양국의 무책임한 행위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정치적인 분단 속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바로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이 아닐 수 없다.

휴전선과 NLL(북방한계선)의 장벽 속에서 또 하나의 분단이 엿보이는 것은 문화의 분단이 진행돼 왔다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남북이 신년사에서 통일을 운운하지만 정치적 통일의 길은 결코 단순한 대화의 문제만은 아니다. 새해에는 대한민국이 통일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문화의 통일부터 시작해 볼 가치가 있다고 사료된다.

문화는 우선 무력이 아니다. 문화는 정치를 배제해 대화가 가능하고, 비폭력이며, 역사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남북은 정치, 경제, 외교, 군사 등의 체제 경쟁 분야들을 배제한 문화, 예술, 체육, 학술, 역사, 청소년 교류 등의 비체제 경쟁 분야에서 과거 70년 분단의 극복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물론 문화 통일의 길도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한 문화의 사회주의 사상성이다. 북한 문화의 사상성은 북한의 헌법에 명시한대로 문화의 혁명수단화(제40조)와 혁명적이고 사회주의적인 문화 건설(제41조)이 민족 고유의 문화 변형으로 발전돼 왔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노동당 규약에는 주체사상, 민족해방, 계급해방 등 투쟁사상에 근거하고 소위 3대 혁명이라는 사상, 기술, 문화의 사회주의 건설수단화로 변질된 북한 문화는 더 심각한 통일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시대에 다가올 문화충격과 문화충돌을 대비한 문화대화와 교류를 시대적 당위성을 가지고 우선 문화통일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문화충돌은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전쟁식 승부가 돼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이미 70년간 다르게 발전해 온 남북 문화는 당연한 이질감과 심각한 적대감이 형성돼 더 지체하다가는 외국 문화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더 늦기 전에 남북의 문화인들이 체제 경쟁을 넘어서 신뢰를 쌓는 첫 단추를 남북문화 통일대화로 시작해야 한다.

개론적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수많은 북방 이민족의 침략지배와 일제의 식민시대에도 민족이 생존한 것은 고유한 한민족 문화로 형성된 민족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타 민족의 지배를 받기도 했지만 흡수·동화되지 않았던 것은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문화를 정의한 대로 인간의 ‘생활방식의 총체’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정체성이 있었기 때문에 국난(國難)을 이겨낸 자랑스러운 역사인 것이다.

이처럼 문화정체성은 민족의 혼이며, 국가통일과 민족단결의 정신적 유대를 묶어주는 무형국력인 것이다. 이제 남북한 당국은 더 늦기 전에 문화동질성 회복운동을 통한 문화 분단의 이질감을 극복해야 한다.

70년 동안 문화 분단을 극복하고 문화통일을 위해 조건 없는 문화대화와 교류 그리고 공동 행사를 통한 문화 발전을 도모해 나간다면 남북 긴장 완화로 이어지는 한반도 문화평화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무력충돌은 승패로 끝날 수 있지만 문화충돌은 총성 없는 자존심 싸움이 돼 더 큰 민족 분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칫 문화를 가지고 남한의 문화로 북한의 문화를 파괴하기 위한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통일 후 사회주의 문화를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70년 분단으로 형성된 문화의 이질감에 살아온 북한 주민을 비정상인 취급과 공격의 목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남북문화의 특수성에 가까운 이질감으로 새로운 통일시대에 문화창조의 융합으로 문화공존시대를 열어서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는 것이 민족의 지혜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다가올 통일시대에는 민족문화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일당 독재와 주체사상에 물든 북한 주민에 대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인권적 삶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래야 북한 주민들의 문화충돌이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고, 비로소 국토통일보다 더 공고한 민족통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역사의 정권이라도 유한하지만 민족과 문화는 영원하기에 새해 아침에 문화민족으로서 문화통일대화를 제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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