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긴 것처럼 느껴진 갑오년(甲午年)이 저물고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에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각종 사고로 어두움이 가시지 않았던 한 해였다. 이처럼 많은 어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온 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사고도 많았지만 지겨울 정도로 갈등하고 싸웠다. 사안마다 한쪽은 죽어라 밀어붙이고 한쪽은 기를 쓰고 막으려 했다.

더 큰 문제는 얼마나 더 오래 이 어두운 골짜기를 헤매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곧 빠져나갈 희망이 보이면 그리 두렵지 않다.
그럼에도 비록 오늘은 안녕하지 않더라도, 내일은 안녕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새해에는 공유하고 싶다.

남도 나와 마찬가지로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아름다운 마음이 더욱 넘쳤으면 좋으련만. 나만 잘살고, 우리만 옳다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이 좋은 것임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또 강자보다는 약자의 편에 서 주길 바라는 소망이다. 일부 사람만이 계속 득세하거나 부를 누린다면 그 자본은 변질되거나 왜곡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내가 해야 할 일과 다음에 해야 할 일,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 지을 수 있는 판단력에 대한 소망이다.

작은 이익이나 체면 때문에 자신 없는 엉뚱한 일에 전력을 쏟아 갈등을 부추기고 다음 세대의 권리마저 빼앗는 그런 일들은 재현되지 말아야 한다. 환경 파괴와 사회 분열을 유발하는 일은 과감히 포기하는 그런 용기를 가져야 한다.

새해는 좀 더 밝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나날이 쪼그라들어 가는 서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수 있는 기적을 바라고 싶다.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우리에게 참다운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 줄 겸손하고 현명한 지도자를 보고 싶기도 하다.

지난해 반성문을 많이 쓴 정부나 정치권, 언론은 물론이고 사회 구석구석, 개개인 모두 후회나 사과할 일 없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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