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회-150회-20회-2회.’
역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과 현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다. 기자회견 횟수와 국민과의 소통 정도가 비례한다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이 숫자가 무의미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취임 3년차를 맞아 지난 12일 두 번째로 한 신년 기자회견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은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이 불러온 혼란한 정국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마이웨이식 불통만 재확인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정 쇄신의 선결 요건으로 꼽은 인적 쇄신 요구를 박 대통령이 전면 거부한데다,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한 탓이다.

여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상황 인식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청와대 인적 쇄신의 상징적인 조치로 손꼽히는 비서실장 교체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당면 현안들을 먼저 수습하고 나서 결정할 문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사심없는 분”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해서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친다면 누가 내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실세냐 아니냐를 답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반면 문건 유출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의 개인적인 영리,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을 이간질시켜 뭔가 어부지리를 노린 것에 말려든 게 아니냐.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개인의 일탈로 치부했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분명 하고픈 말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150-150-20-2. 의미없는 통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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