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시에서 13일 오후, 40대가 별거 중이던 아내를 불러 달라며 전남편의 자녀들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한 현장에서 인질로 추정되는 피해자가 담요를 덮고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안산=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안산시 상록구의 한 주택가에서 인질극이 벌어져 인질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6분께 경찰 112상황실로 “재혼한 남편이 전남편 B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협박전화가 걸려 왔다”는 부인 A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욕설을 퍼부으며 인질들을 흉기로 위협하는 김모(47)씨와 대치한 채 협상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날 오후 부인 A씨까지 동행해 김 씨를 계속 설득했으며, 김 씨에게 “자백하겠다”는 동의를 얻어냈지만 자백을 약속했던 김 씨가 현관문 근처에서 연락을 받지 않자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 오후 2시 30분께 현관문을 뜯고 강제 진입해 김 씨를 검거했다.

경찰이 진입했을 당시 전남편 B씨는 화장실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으며, 작은딸 C(16)양은 의식이 없어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별거 중인 부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B씨의 집에 지난 12일 오후 3시께 찾아갔으며, 이날 오후 9시께 B씨가 집으로 돌아오자 실랑이를 벌이다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C양에 대해서는 A씨와 통화 중에 흥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양이 살해된 시간을 13일 오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B씨는 얼굴에서, C양은 목 주변에서 상처가 발견됐다.

김 씨는 2007년 7월께 A씨와 재혼했으며, 지난해 8월부터 별거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출된 B씨의 지인과 첫째 딸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큰 충격을 받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A씨와 B씨 사이에는 두 딸 이외에 아들(21)도 있었으나 안산스마트허브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했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안산=최승필 기자 spc@kihoilbo.co.kr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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