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에는 청와대 내의 거듭되는 기강 해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3년 5월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방미 중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됐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청와대 행정관들이 골프 접대와 상품권을 받은 게 적발됐다.

또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013년 6월부터 6개월 넘게 박지만 EG 회장에게 동향 보고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얼마 전엔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 지시를 거부하고 사퇴했다.

최근에는 음종환 전 행정관이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에게 “문건 파동 배후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라고 말했는지에 대해 옥신각신하고 있다. 국민의 걱정을 덜어줘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국민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국어사전에서는 ‘비서’를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 아래에 속하여 기밀문서나 사무를 맡아보는 직위’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한자의 ‘비서(秘書)’, 영어의 ‘secretary’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비서의 직무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비밀스럽게 행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을 보면 거듭된 물의 야기로 말미암아 대통령비서실이 대통령의 직무를 제대로 ‘보좌’하기는커녕 오히려 대통령의 직무에 ‘방해’가 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비서실사람들’의 ‘자질’과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물론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비서실사람들’은 대통령의 ‘몸종’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공직자’인 것이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을 우선하려는 인식 하에 근무해야 한다.

 말하자면 ‘국민의 행복 증진’이라는 공직자의 사명을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함으로써’ 수행하는 데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출석 요구를 했고 직속 상관인 비서실장이 출석 지시까지 했음에도 “선례 운운”하며 국회 운영위 출석 요구를 거부하며 돌연 사의를 밝힌 것은 공직자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신문 배달 소년이 그만둘 때에도 그런 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급한 것은 대통령비서실의 인적 쇄신이겠지만, 아울러 제도 개선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현재 대통령경호실에 관해서는 ‘법’(‘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1963년 제정된 ‘대통령경호실법’의 명칭이 2008년 법 개정으로 바뀐 것이다)과 ‘직제’가 모두 마련돼 있는데, 대통령비서실에 대해서는 ‘법’은 없고 대통령령인 ‘직제’만 있을 뿐이다.

즉, 대통령경호실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는 법에서 직무상 비밀 엄수규정(제9조), 직권남용 금지규정(제18조), 위반 시의 형벌규정(제21조) 등을 두고 있는데,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는 이러한 규정을 둔 법이 따로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비서실에 관해서도 이러한 규정을 둔 별도의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

한편, 1960년 대통령비서실 직제를 처음 제정할 당시에는 대통령비서실에 두는 공무원이 15인(비서실장<1급공무원 상당>, 비서관 10인<일반직2급공무원 상당 4인, 일반직3급갑류공무원 상당 4인, 일반직3급을류공무원 상당 2인>, 비서 4인)이었는데, 이후 계속 늘어나 현행 직제상의 비서실공무원 정원은 443인(정무직 11인<비서실장 장관급 1인, 수석비서관 차관급 10인>, 일반직 432인<사무관급 이상 276인 포함>)이 됐는 바, 이처럼 대폭 증가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

우리 헌법은 국무총리를 통해 각 부 장관을 통할하는 행정부 수반의 지위를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제66조 제4항, 제86조 제2항).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통령중심제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이 많은데(이의 개선을 위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 근본 원인이 헌법에 있다기보다 운영의 잘못(대통령비서실의 비대화 및 월권적 권한 행사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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