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갑자기 하늘이 꺼지는 듯한 폭발음이 울리고 건물이 흔들리는 지경에 빠진다면 어떨까? 소스라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21일 오후 3시께 대전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해 시민들이 화들짝 놀랐단다.

사연인즉, 대전시 동구 성남동 일대 하늘에서 순간적으로 ‘쾅’하는 소리와 함께 인근 건물들이 크게 흔들릴 정도의 진동도 함께 감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굉음은 이 동네에서 서구 둔산동과 대덕구 목상동에 이르기까지 대전시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울려 퍼졌다고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내 관측소에서도 오후 3시 1분을 전후해 강한 음파가 감지됐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으로 놀란 시민들은 황급히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었고 119 신고전화는 폭주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너도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폭발음이 들렸다’, ‘폭탄이 떨어진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고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대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인명피해를 비롯해 특별한 재산상 피해는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대전시 전역에서 한바탕 소동을 빚게 한 이 굉음의 정체는 전투기가 내는 음속폭음인 일명 소닉붐이었다.

이는 전투기가 음속을 넘어 비행하는 순간 생기는 것으로 기체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지상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전투기 비행 속도가 500노트(시속 약 926㎞)를 넘어서면 음속을 돌파하는 것으로 본다.

공군 측은 “이 시간대 공군 KF-16 1대가 훈련 임무 수행 중 고도 3만500피트(약 9.5㎞) 상공에서 음속 돌파한 사실을 점검 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 작전 규범상 우리나라 영공에서의 음속 돌파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하고 반드시 한미 공군 모두에게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문제의 전투기는 훈련 과정에서 음속 돌파 계획이 없었고 승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시민들은 “이런 일이 2011년부터 매년 반복되고 있는데 공군이 적어도 시민 불안감은 없게 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낸다.

이에 공군 측은 “앞으로 전 비행부대를 대상으로 규정을 지킬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또다시 고수하고 나섰다.

참으로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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