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발걸음
②역주행? 홍콩 침사추이에서의 하루
③카지노의 화려함과 고즈넉함의 ‘공존’

▲ 박노훈 기자
또다시 무작정 떠났다. 2014년 12월 25일(크리스마스), 생각지 못한 하루의 월차가 보태져 28일 오전까지 주어진 휴가.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전주 일요일 한 항공 검색 사이트를 통해 ‘폭풍 검색’으로 항공편을 뒤졌다.

3~4일 안에 다녀올 수 있는 해외는 일본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동남아밖에 없었고, 문득 2년 전 다녀온 홍콩 패키지여행 당시 마카오 일정이 아쉽다는 생각에 ‘마카오’를 입력한 순간, 눈앞에는 ‘긴급 땡처리’라는 표시와 함께 ‘마카오항공(에어 마카오)’이 떴다.

25일 오전 출국에 28일 오전 입국의,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일정에 1초의 망설임 없이 예약을 했다. 다음 날 여행사에서 전화가 왔고 출발이 확정된 이후 틈틈이 마카오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여행 포인트 외에 숨겨진(?) 명소까지, 무작정 떠나 작정하고 돌아다닌 마카오의 2박 4일을 가는 방법 위주(여행지에 대한 역사나 감흥 등은 책이나 블로그에 수없이 많다)로 소개한다.
 
# 세나도 광장부터 성 바울 성당까지

   
 

25일 인천공항 이륙시간은 오전 7시 50분에 마카오공항 도착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마카오공항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잡아탔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미리 보내 준 사진과 약도 등을 보여 주니 15분 만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 한인 사장은 마카오 내 대략의 동선과 택시나 버스 혹은 셔틀버스 등을 타야 하는 지점 등을 알려 줬다. 덤으로 마카오에 대해서는 “면적 자체는 서울의 종로구라고 보시면 됩니다”라는 말로 정의했다<2편 박스기사 참조>.

큰 짐을 게스트하우스에 내려놓고 우선 향한 곳은 세나도 광장. 게스트하우스 인근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이곳에서 18A번 버스(버스 노선은 공항 인포메이션에서 얻은 지도와 정류장에 표시된 번호를 보고 확인하면 된다)를 타고 11정거장을 가니 세나도 광장에 도착했다.

버스비는 구간마다 조금씩 다른데, 1인당 3~5홍콩달러이다. 단, 마카오 주민들은 버스카드로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버스에는 잔돈이 없다. 가게 등을 들러 생수 같은 것을 한 병 사서 잔돈을 바꿔 놓는 게 필요하다.

광장 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건물 외곽이 노란색으로 칠해진 ‘성 도미니크 성당’이 나오고, 이를 왼편으로 두고 지나 안쪽으로 오른쪽에는 어묵 골목, 왼쪽으로는 육포 골목이 나온다.

어묵 골목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갖가지 어묵들을 팔고 있다. 관광객보다는 주로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눈치. 꼬치에 꽃힌 어묵들을 골라 육수에 담아 주는 식이지만, 어떤 어묵이 어떤 맛인지 몰라 어묵은 ‘패스’해 버렸다.

어묵 골목을 등지고 육포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 양옆에 육포 가게가 20~30여m 줄지어 있고, 점원들은 너도 나도 육포를 시식하라며 건넨다. 이 가게들 가운데 노란색 간판의 붉은 글씨로 쓰여진 비첸향(BEE CHENG HIANG)이란 육포 가게는 국내 모 백화점에도 입점해 있다. 육포는 개개인의 입맛에 따라 사 먹으면 된다.

   
 
육포 골목을 지나 올라가면 관광 포인트로 유명한 ‘성 바울 성당’이 나온다. 세나도 광장과 함께 마카오의 필수 여행코스 중 하나로, 원인 모를 화재 때문에 지금은 성당의 정면 외곽만 남아 있다. 성당 앞 계단을 올라 성당에 들어선 후 다시 나와 성당을 등지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마카오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몬테 요새’가 나온다.

몬테 요새를 다 둘러본 후에야 알았는데, 성 바울 성당 쪽에서 가다 보면 ‘몬테 요새’ 표지판은 오른쪽 방향을 가리키고, ‘마카오 박물관’은 왼쪽을 가리킨다. 이때 오른쪽으로 가면 계단을 한참 올라 힘들게 ‘몬테 요새’에 도착하지만, 결국에는 ‘마카오 박물관’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박물관 방향으로 가면 편하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 갈 수 있다.

# ‘도둑들’의 배경과 ‘고깔’의 도교 사원
이곳을 나와 다시 성 바울 성당을 등지고 세나도 광장 쪽으로 간 뒤 세나도 광장 초입을 뒤로한 채 길을 건너 오른쪽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왼쪽에 두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영화 ‘도둑들’의 포스터 배경이 된 된 펠리시다데(Felicidade·‘행복의 거리’라는 뜻)가 나온다.

과거 홍등가였던 곳을 마카오 주민들이 음식점 등 가게로 탈바꿈시켰다. 골목 양쪽에 빨간색으로 칠해진 문들이 이채롭다.

이곳에서 다시 가던 방향(세나도 광장을 등졌을 때의 앞 방향)으로 15~20여 분을 걸어가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아마 사원’이 나온다. 도교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고깔처럼 생긴 모양의 향(커다란 모기향·재를 맞으면 행운이 온다고 함)이 여기저기 달려 있다.

정문으로 들어가 오른쪽 1시 방향으로 가면 물이 담긴 세숫대야 같은 물체가 보이는데, 소원을 빌며 양 손바닥으로 세숫대야 양 날을 비빌 때 물이 튀어오르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세숫대야의 재질인 금속에 마찰력이 전달되며 파장을 일으키고, 이 때문에 물이 튀는 것으로 생각됐다.

   
 

아마 사원뿐 아니라 주변 일대는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등 세계문화유산이 곳곳에 위치한다. 좀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여유가 있다면 이 일대를 더 둘러보는 것도 마카오 여행의 한 재미가 아닐까 싶다.

아마 사원을 나와서는 마카오 시내 리스보아(포르투갈어로 영어식 발음은 리스본·마카오는 옛 포르투갈의 식민지)호텔 등 유명 호텔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름의 ‘호텔 투어’를 가기로 결정했다.

이때 아마 사원 정문을 등지고 약 2시 방향으로 가면 가던 길 인도와 접한 버스 정류장과 길 건너 버스 정류장이 나오는데, 길을 건너 버스를 타야 한다.

마카오는 한국과 달리 좌측 도로 방향으로 차가 다니기 때문에 자칫 헷갈릴 수 있으니 주의. 정류장에는 우리와 같이 노선도와 구간별 요금표가 부착돼 있다. 목적지가 리스보아호텔이었기 때문에 지도와 정류장에 부착된 노선도를 확인한 뒤 10번 버스에 올라탔다.

 # 값비싼 호텔, 둘러만 봐도 ‘투어’가 된다
버스는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난 뒤 4시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고, 다시 몇 정류장을 지나면 눈으로 봐도 리스보아호텔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곳에 정차한다.

이곳에서 내려 리스보아호텔 내 1층 로비에 들어섰다. 이곳은 호텔의 주인이자 마카오 최대 갑부 중 한 명인 스탠리 호가 모은 보석부터 상아 조형물 등 다양한 전시품을 볼 수 있다.

다시 리스보아호텔을 나와 정문을 등지고 횡단보도 하나를 건넌 뒤 내려오다 보면 왼쪽으로 윈호텔을 가는 지하계단이 보인다. 지하계단을 통해 윈호텔로 나오면 야간 분수쇼를 볼 수 있다. 밤 12시까지 15분 간격으로 5~10분여 쇼가 진행되는데, 마카오의 휘황찬란한 건물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윈호텔 정문을 나와 왼쪽으로 향한 뒤 다시 왼쪽으로 꺾어지다 5분여를 걷다 보면 MGM호텔이 나온다. 이곳 1층 로비는 포르투갈 리스본역과 같이 인테리어가 돼 있으며, 로비 가운데 원형의 수족관을 만날 수 있다.

MGM호텔 로비에서 큰 도로가 보이는 곳으로 나와 왼쪽으로 10분여를 걷다 보면 오른쪽 길 건너편으로 커다란 관음상이 보인다.

관음상(바다의 여신)도 볼 만한 곳 중 하나이지만, 이보다는 허기가 앞서 관음상 건너편(MGM호텔을 나와 걷던 방향 왼쪽)에 있는 무이(武二) 국숫집을 찾았다. 굴국수가 유명하다고 알려진 집으로 육수와 면의 조합이 한국인 입맛에 적당하다.

참고로 이 식당에는 따로 반찬을 주지 않고 테이블마다 고추피클이 담긴 병이 올려져 있는데, 이를 먹을 때는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 먹는 것이 아니라 병에 꽂힌 숟가락으로 먹을 만큼 덜어 국수그릇에 얹어 먹어야 한다. 별도의 반찬 용기가 없다.

첫날, 이쯤 돌아다니니 녹초가 됐다. 이곳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5분여가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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