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한 사람으로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좀 간지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 같이 남편들의 위신이 떨어진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모든 여성들이 남자, 아니 남편의 중요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는 글 하나를 소개한다.

대학원의 한 노교수가 수업이 끝날 무렵에 결혼한 여학생에게 좋아하는 사람 20명의 이름을 칠판에 써 보라고 말했다. 그 학생은 가족·친구·회사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나갔다.

학생이 이름을 다 적자 교수는 학생에게 그 20명 중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 하나를 지우라 했다. 학생이 한 명의 이름을 지우자 교수가 또 말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 이름을 하나 지우게나.”

학생은 교수의 요구에 따라 사람들의 이름을 계속 지우고, 결국 칠판에는 부모님과 남편, 자녀 등 네 사람만 남았다. 교실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교수가 다시 조용히 말했다. “별로 중요치 않은 사람 이름을 다시 지워 보게.” 그녀는 한참 망설이다가 아버지의 이름을 지웠다. 교수는 이어서 말했다. “다시 한 명!” 그녀가 자신을 낳은 어머니의 이름을 지우자 또다시 교수가 말했다. “한 명을 더 지워 보게”라고.

한동안 멍하니 있던 그녀는 아이의 이름을 지우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한참 후에 눈물을 그친 학생에게 교수는 물었다. “자네를 낳아 준 부모와 자네가 낳은 자식을 왜 지웠으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마음만 먹으면 다시 구할 수 있는 남편을 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남겼는가?”라고.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 부모님께서는 먼저 돌아가실 것이고, 아이는 다 자라면 품을 떠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저에게 평생의 동반자가 돼 줄 사람은 남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생판 알지도 못한 남남이 만나 자신들의 반평생을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연을 맺는 것이 부부이며, 남편이자 아내인 것이다.

결국 섞이지 않는 피라고 생각했던 남자와 여자는 결혼이라는 매개체로 서로의 피가 섞여 남편과 아내로 남은 인생 서로의 길라잡이가 돼 한 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같이 한낱 스쳐가는 가벼운 인연으로 생각하는 부부를 이제 조금 더 신중히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