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듣게 됐다. “○○○에서 성추행 있었나 보던데. 당사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어.”

이내 운명(?)처럼 다른 사람에게 더욱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피해자는 ○○○이고, 가해자는 ○○○이래요. ○○○이 있던 날, ○○○에서 그랬다나 봐요.”

이 이야기가 혹시 ‘~카더라’는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며칠을 두고 ○○○조직 주변 탐문취재를 했다. 정황은 확실해졌고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확인하는 과정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조직 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고(누군가는 정말 몰랐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정말 ‘모르쇠’였다) 말을 아끼기에 급급했다. 이때 느꼈던 점은 탐문취재 중 누군가가 한 말이었다. “○○○조직은 그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그 가해자 또한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 또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조직뿐 아니라 유사 조직에서 이보다 앞서 같은 문제가 불거진 일이 있어 이를 드러내 성추행에 대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한 가지, 피해자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조직에서 가해자라고 알려진 그는 이미 조직을 나간 상황이었고, 경험상 이런 경우 ‘여자’ 사람은 진술을 꺼리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단순히 이 사건 자체가 아니라 조직에서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자는 취지로 기사를 다루려 한다는 진심이 통한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피해자라고 알려진 그녀와 통화를 했다.

그러나 ‘역시’였다. 돌아온 대답은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 더 이상 일이 불거지길 원치 않는다”였다. 그날 저녁, 없던 술자리를 만들어 쓴 소주를 들이켰다.

며칠 뒤, 확인해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카더라’이지만 그녀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더욱 씁쓸했다.

이 이야기를 사적인 관계의 여자 지인에게 털어놓았더니 ‘남자’ 사람이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한 말을 건넸다. “조직 내에서 여자들이 느끼는 성추행은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아.”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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