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액션 배우로 이름을 날리다 정계로 진출, 3선 국회의원과 성남시장 등을 지낸 이대엽 씨가 지난 6일 향년 8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11~13대 국회의원을 거쳐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성남시장을 연임했다.

이 전 시장은 그러나 2010년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로 결국 구속되며 성남시는 민선 지자체장이 모두 수뢰 혐의로 구속되는 치욕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재임 시절 조카 이모 씨를 내세워 인사 청탁과 관급공사 수주 대가로 2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2009년 11월 18일 개청한 성남시청사를 놓고도 아방궁 비난이 쏟아졌다. 고령의 몸으로 창살에 갇혀 있는 이 전 시장에게는 그 이후가 더 굴욕적이었을 것 같다. 성남시의 모든 잘못된 일은 모조리 이대엽 전 시장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으니 말이다.

시시비비를 가릴 기회조차 없었다. 잘한 일은 하나도 없단다. 이럴진대 저미는 고통을 준 자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할 수 없어 분했을 것 같기도 하고 나란히 한 시대를 걷는 행운을 누리지도 못해 안타까움이 많았으리라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내가 아는 이대엽 전 시장은 기개와 강단 있는 성품으로 한편으로 슬며시 손 잡아 주고 등 두들겨 주던 배려의 마음이 있던 분이었다.

인기 있는 연예인으로 많은 사람들을 대하고 인물이나 성격을 분석해 연기했기 때문에 대중을 아우르는 능력 또한 뛰어났다. 하지만 결국 말년에는 주변에 아부하는 사람만 득실거렸고, 현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성남지역에는 시민에게 용기를 주고 지역 정치인들의 힘든 어깨를 쓰다듬어 주며 지역 현안을 조정해 주는 큰 어른이 없다. 그래서일까? 그의 죽음이 아쉽다.

추구하는 정치 이념을 떠나 그저 경륜을 가진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각박한 세태를 끌어안으며 시정에 도움을 주고 조언을 하는 선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처럼 현실 정치와 완전히 결별하고 시의 이익과 시민 통합을 위해 가교 역할을 자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늘의 부름을 어느 누가 거역하겠습니까? 남자답고 서민적인 풍모로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이자 지역의 큰 정치인으로 성남시 발전에 기여한 점을 기억하며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합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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