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상위 1%가 세계 부의 절반을 갖고 있는 반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전체 부의 1%만을 소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절망적인 상태로 치닫는 빈부격차의 심화는 이제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돼 버렸다.

그럼에도 다수의 지성은 맨큐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는 부의 불평등이 아닌 정당하지 않은 부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한 시위대는 있지만 실리콘밸리를 점령한 이들은 없지 않은가”라는 주장에 공감해 왔다.

그런데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런 상식에 균열이 생기는 충격적 결과를 보여 준다.

원하는 방향의 미래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무려 42%가 ‘(체제의)붕괴 후 새로운 시작’을 가장 선호하는 미래로 꼽았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부자들까지 다 망할 정도로 체제가 붕괴돼 버리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극단적 심리가 반영된 답변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OECD는 “소득 불균형 개선이 G20 국가의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특히 충격에 취약한 청년층의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0년간 성장 일변도 정책으로 세계적인 소득 불균형과 빈곤층 확대가 진행된 데 따른 우려와 경고라 하겠다. 우리도 사정이 심각하다.

지난 21일 노사정위원회가 공개한 2014 임금보고서를 보면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25.1%(OECD 평균 16.3%)로 OECD 2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엄밀히 구분하자면 소득 불균형보다 빈곤화가 더 무거운 난제다. 당연히 빈곤 탈출에 대한 노력을 우선해야 하겠다. 참고로 이와 관련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의미 있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교육수준 및 건강상태가 빈곤 탈출과 비례적 관계에 있다. 또한 미취업보다는 비록 비정규직이라도 취업 상태에 있을 때, 독신보다는 가족단위로 결합돼 있을 때 빈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꿔 말해 평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며,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가고, 빈곤층에 대한 고용 확충 및 가족해체 예방을 위해 노력하면 빈곤 탈출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빈곤화의 해결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앞에서 ‘붕괴 후 시작’을 택했던 젊은이들의 극단적 심리가 훗날 아나키스트적 사회운동으로 전화(轉化)될 수도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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