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길었던 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한 지 며칠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소위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평소에 비해 부부싸움이나 가족 간의 갈등이 더 많아진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모두가 즐거워야할 좋은 날 이러저러한 문제들로 화목이 깨지는 일이 많다니 안타깝습니다. 명절 치러내느라 수고한 아내에게, 가장 노릇하느라 분주했던 남편에게, 집안의 어른으로 마음 쓰신 부모님께, 친지들 맞이하느라 애쓴 자녀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면 좋을까요? 가족 간에 참 하기 힘든 말이 바로 ‘고맙다’라는 말입니다.

이번 명절에도 가족 서로에게 진정성 있는 감사의 말 한마디만 제대로 했었다면 힘들고 지치고 서운한 마음들이 많이 위로를 받았을 것입니다. 불평과 피곤이 봄눈 녹듯 사라졌겠지요.

사실 평소에도 ‘감사의 말’을 잘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감사의 말은 어떤 요령으로 말을 하느냐보다는 대화 속에 이런 내용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스테판 그로스가 쓴 「인간관계지능」이라는 책에 보면 ‘감사’, ‘칭찬’, ‘존중’의 말을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인간관계지능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하루종일 말을 하면서 지내는데 그 내용 가운데 감사와 칭찬, 존중의 말이 얼마나 들어있었나를 분석해 보면 자신의 인간관계지능이 측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화학자인 캔더스 퍼트(Candace B. Pert)박사는 “우리 감정에도 진동이 있는데 비루한 말, 희롱의 말을 할 때는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고 뇌의 혈류량이 감소하는 데 비해 감사의 말을 할 때는 심장박동도 규칙적이고 뇌의 혈류량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다시 말해 감사하는 말을 하면 상대방을 세워 주게 됨과 동시에 말한 사람에게도 유익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감사하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감사를 하면 자신이 약하고 낮아지는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일 겁니다.

일단 내가 감사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서 혜택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것인데 우리의 자존심은 그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 힘들어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를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마음에는 있지만 입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쑥스러워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기가 힘든 것이겠지요.

감사하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그걸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 느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 안 해도 알지?’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부부 사이에도 사랑이 식으면 감사가 줄어들고 시들한 관계를 회복하려면 감사하는 말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습니다.

함께 살면서 아내나 남편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늘 하면서 사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요? 감사를 표현하는 만큼 관계도 회복됩니다. 감사의 말은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변화를 일으킵니다. 감사는 사랑을 회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 준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상대방을 너그럽게 배려하는 마음이 우러나서 서로 깊은 정신적 교감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스티븐 레빈이라는 작가는 「생애 마지막 일 년」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감사는 이해하고 존재하는 방식이다. 켜켜이 쌓인 혼란을 풀어내는 타고난 지혜이기도 하다.

아울러 감사는 우리가 잠시 발을 딛고 서 있는 깨달음의 땅이다.” 그리고 호스피스로 25년간 활동하신 아이라 바이옥이라는 의사가 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4가지 말」이라는 책을 보면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가족들이 삶을 놀랍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내용들이 감동적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너무 단순하고 당연해서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이 말을 주저하지 않고 분명하게 말할 때 인간관계는 놀랍게 변화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어떤 말로 감사를 표현할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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