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과거 석패율제 도입안만 제출했을 때와 달리 이번 선관위의 선거제도 개혁안은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헌법재판소의 현행 선거구 획정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작용한 바가 크다고 하겠다. 다만 정당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 간 비례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의석 수를 확대하고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되는 선에서 그친 것은 아쉽다.

정당 지지도와 지역 대표성을 국회 의석 배분에 정확히 반영해 비례성을 확보하고 국회가 국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선관위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를 허용하는 석패율제 도입도 개정 의견으로 제출했다. 거대 정당 다선 의원들의 안정적인 재선 통로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지역구 의석 수와 비례대표 의석 수 비율을 일대일로 확대하고 정당득표율로 전체 의석을 배분한다면 동시 입후보를 허용할 수도 있으나 비례대표 의석 수 비율이 낮은 조건에서는 정치적 소수자, 전문가의 의회 진입 등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에는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제도화돼 있는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를 제안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원의 공직후보자 선출 권한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이중 투표로 국민들의 투표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제안은 긍정적이지만 현행 교섭단체 우선 배분이 아닌 득표에 따른 배분으로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구·시·군 단위에서 정치 활성화를 위해 지구당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 정당만을 허용하는 과도한 정당 설립 요건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

 생활정치 활성화에 반하고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정당의 등장을 억누르는 정당 설립 요건 완화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

이번 선관위의 개정 의견을 계기로 국회가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배려와 포용의 자세로 차분히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가면 정치 개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마련할 수 없다. 시한에 쫓겨서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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