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지난 78년 알렉산더 케이의 과학소설 `살아남은 사람들'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은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속에 깊이 있는 주제를 담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코난은 우리나라에서도 텔레비전 만화영화로 상영돼 주제가는 물론 만화영화가 주는 메시지로 인해 당시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이미 두서넛의 아이를 둔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수준작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이다. 코난은 서기 2008년 7월, 핵무기보다 훨씬 파괴적인 초강력 전자무기로 인해 순식간에 인류의 절반이 희생되고 거대한 지각변동으로 오대륙이 바다속으로 가라앉은 후 20년 후인 미래의 지구를 설정해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후 가장 큰 규모의 인간거주지인 인더스트리아의 거주인들은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삼각탑을 짓고 4개의 계급을 가진 국가형태의 도시를 건설한다. 여기서 발가락을 손가락처럼 사용하며 엄청난 괴력을 지닌 코난은 하이하바섬에 살고 있는 라나라는 소녀와 함께 지구를 멸망시킨 태양에너지의 비밀을 알고 있는 라나의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모험에 나서게 된다. 미래소년 코난은 하이하바섬으로 대표되는 농촌공동체 사회와 인더스트리아로 대표되는 기계문명사회의 대립구도와 과학의 발달로 빚어진 암울한 미래상 그리고 원시공동체 사회에 대한 동경 등을 그리고 있다. 코난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것은 현대인이 갖고 있는 미래사회에 대한 불확실성과 막연한 낙원에 대한 동경을 다이내믹하게 그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쟁과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한 몰인간성에 대한 경고도 코난은 놓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으로 주고 있다.(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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