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추진하는 3·1절 기념행사가 형식적 전시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는 오는 3월 1일 수봉공원, 종합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제96주년 3·1절 기념행사를 치른다고 26일 밝혔다.

총 2천16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날 행사는 수봉공원 현충탑 참배, 기념식·경축 콘서트(퓨전국악단·시립교향악단 등), 만세행진, 태극기 달기 운동, 태극기 몹 행사 등이 예정됐다.

하지만 3·1절 기념식 참석 예정인 1천350명 중 일반 신청자는 300여 명에 불과하고, 남은 1천 자리는 시와 군·구 공무원들을 동원해 채우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시민들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다.

여기에 이날 계획된 행사 중 만세행진을 제외하고는 3·1절과 관련이 없는데다, 이마저도 구월동 신세계백화점 네거리에서 진행하며 만세운동이 갖는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3·1운동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종로구 보신각에서 행사를 펼치고 천안시는 아우내봉화제, 울산시는 언양·병영·남창 만세운동을 재연한다.

타 자치단체의 경우 3·1운동이 이뤄졌던 실제 장소에서 주민들이 만세운동을 펼치며 그날의 환희와 아픔을 재연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중심가를 선택해 보여 주기식 행사를 치르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인천이 3·1운동 발원지 중 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한 교육적 노력과 역사자료 편찬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일선 교육 현장에 인천의 3·1운동을 담은 역사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인천의 3·1운동을 알리려고 시 역사자료를 찾아봤는데 너무 짤막하게 나와 있어 교육이나 홍보자료를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토지리정보원이 올해 3·1절을 맞아 만세고개, 아우내장터 등 3·1운동이 전개된 전국의 사적지 지명을 분석하고, 유관순 열사의 삶과 독립운동 발자취를 지명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 자료를 만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임병호 광복회 인천지부장은 “3·1운동이 벌어진 역사적인 곳에서 인천시 3·1절 기념행사가 열려야 의미가 있고 시민들도 인천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다”며 “형식적인 행사보다는 3·1운동과 독립정신을 기릴 수 있는 제대로 된 행사를 인천에서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인천지역에 3·1운동이 치러진 곳에서 시 주도의 기념식을 갖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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