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은 2008년 5월 28일 오산시청에서 오산시 내삼미동 일원에 종합의료기관을 건립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제공
경기도에 1천 병상이 넘는 대형 병원을 유치하려는 재단이나 법인은 현재로써 사실상 전무하다.

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투자했음에도 결국 병원 유치에 실패한 오산시가 전례로 남자 지역민의 건강권 향상을 기치로 내세워 대학병원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도내 지자체들도 완전히 몸을 빼고 멀찍이 떨어져 관망만 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경기도에는 26만1천965㎡에 달하는 부지가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묶여 있다. 서울 롯데월드 면적의 약 2배가 넘는 부지가 대학병원이 들어서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종합의료시설 부지의 경우 도시계획시설규칙상 다른 용도로 사용이 불가하고, 용도변경 역시 쉽지 않아 종합병원이 들어서지 않을 경우 활용 방안이 없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경기도 의료 미래는 밝게 펼쳐져 있었다.

서울대병원 측이 오산시에 병원 건립 의사를 타진해 와 두 기관이 MOU를 체결했으며, 오산시가 병원이 들어설 부지까지 매입에 나서면서 금세 병원이 들어설 것처럼 기대를 모았었다.

을지재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각한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3만1천여㎡ 종합의료시설 부지를 낙찰받아 1천 병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을 늦어도 2011년 상반기께 완공할 계획이었다.

연세의료원은 로드랜드가 기증한 용인시 기흥구 중동 산 100-5번지 일원 6만9천542㎡ 부지에 800병상 규모의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을 건립할 예정이었으며, 경희의료원은 국제캠퍼스 부지에 730병상 규모로 양방과 한방을 동시에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설립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서울대와 오산시가 맺은 MOU는 올해 1월 만료돼 쓸모없는 종잇조각으로 전락했고 을지재단은 방향을 선회, 경기북부지역인 의정부에 2019년까지 1천여 병상 규모의 을지대병원을 건립 중이다.

연세의료원은 건립 중인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을 매각하거나 전문병원으로의 전환 또는 용인시와 공동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키로 하고 사실상 공사를 중단했으며, 경희의료원은 2008년 국제캠퍼스 내 병원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받고도 7년째 사업 진척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경희재단 관계자는 “현재 제3병원 설립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의료부지 바꾸는 단계까지 진행됐다”며 “특성화된 병원을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자금 사정 및 수익성 부분 때문에 사업 자체가 잠정적으로 보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7년 전 경기도 진출 의사를 밝힌 병원들 중 실제로 들어선 병원은 2012년 10월 29일부터 진료를 개시한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만이 유일하다.

경기도도 대형 병원을 유치할 마땅한 복안은 없었다. 대형 병원이 제 발로 경기도를 찾아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도 차원에서 대형 병원 유치사업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지원에 나선다 해도 진료권이 갖춰져 있지 않은 지역에 적자를 감안하고 들어오는 병원들이 없는데다, 현실적으로 도내 의료원 운영비 지원도 버거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 차원에서는 현재 의료 취약지역을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형 병원 유치는 재정적 문제 등으로 사실상 힘들다”며 “현재로선 의료 취약지역을 선정해 응급의료기관을 마련하고 운영비를 지원하는 수준이 도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문완태 기자 myt@kihoilbo.co.kr
김가현 기자 hy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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