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대형 병원이 부족해 서울로 의료 원정을 떠나야 하는 의료실향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화된 병원 설립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암이나 노인 진료 등의 특화 진료 사업을 운영하는 병원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른바 ‘빅 파이브’ 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이 매우 심하다.

그 이유는 건강보험수가가 단일 구조로 가격 차등이 없어 조금 더 큰 병원으로 가고자 하는 환자의 기본적 욕구 때문”이라며 “빅 파이브 병원을 견제할 경쟁 병원을 설립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지역 거점병원의 역량을 높여 환자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면모를 갖추는 등 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실장은 대안으로 미국처럼 지역 거점 병원에서 대형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전달하는 형식의 의료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의료 공급망을 따져 봤을 때 인프라나 실현가능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의료수가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전반적인 병원들이 낮은 의료수가 정책으로 인해 경영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50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 과거와 별 다를 것 없는 의료수가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부산가톨릭대 병원경영학과 황병덕 교수는 “최근 대학부속병원들의 마진율이 높지 않은데 의료수가를 건강보험수가에 통계된 가격으로 받다 보니 적자 영업을 면하기도 어렵다”며 “국가 차원에서 병원 측의 고민을 검토해 문제점을 풀어나간다면 병원 쏠림 현상 등의 문제점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대형 병원을 짓기 전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점이 병상의 수요공급 측면이라고 전제한 뒤, 이론적으로 종합병원의 경우 인구 400명당 병상 하나를 기준으로 두기 때문에 인구계획 10만 명이면 1천 병상 규모의 병원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지만 현재의 의료수가 정책으로는 적자를 면키 어렵기 때문에 대형 병원 유치사업을 실행했다가도 발을 빼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운영·배분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대형 병원의 경우 며칠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초진을 받기도 어렵거나 환자 쏠림 현상으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지만 지역 거점병원의 시설은 남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견 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60%에 그친다. 즉 가동률이 낮은 중견 병원의 역량을 키우자는 설명이다.

남서울대 병원행정학과 윤인희 교수는 “지역 병원도 전문성을 심화해 의료진의 수준과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병원 혼자 이 같은 방법으로 성장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책이 동반돼야 한다”며 “국가가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이대로 의료정책을 펼쳐 나갈 경우 대형 병원과 중소 병원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져 차후에는 더 이상 물리적으로 좁힐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완태 기자 myt@kihoilbo.co.kr
김가현 기자 hyun@kihoilbo.co.kr

※빅파이브 병원=병원 규모와 의료자원 등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 기반을 갖춘 병원으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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