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인성 사회팀장

 시작은 “민족대표 33인 중 인천에 살고 있는 후손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하는 막연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3·1운동 당시 33인의 애국지사 중 수도권 대표자로 지정된 인물 중 인천에 거주하는 후손은 모두 4명이다. 국가보훈처는 비교적 이들의 행적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고,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행식(96)씨는 독립운동가이자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김병조 선생의 아들로, 현재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국가유공자 2세다. 부친의 유해도 수습하지 못하고 현재 사진만 한 장 지니고 있다는 김행식 씨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노력했다는 것을 젊은 친구들이 깨닫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위당은(62)씨는 민족대표 33인 양전백 선생의 외증손자다. 어머니를 모시고 3·1절 관련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예우가 부족함을 느낀다는 그는 “주최 측에서는 공문 하나 보내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비용을 들여 찾아가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지난해 3월 양전백 지사가 ‘이달의 독립운동가’에 선정됐고, 위 씨의 어머니는 장손녀로서 지원금을 받기 시작했다. 위당은 씨는 “국가가 후손에게 점차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러한 지원이 늘면 나라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경(63·여)씨도 33인 대표 이필주 애국지사의 유족이다. 그는 “할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느라 정작 사랑하는 가족들은 챙기지 못하고 힘든 외길을 걸어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씨는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정책에 따라 초·중·고교 등록금을 지원받았으며, 애국유자녀제도를 통해 은행에 취직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통신비·전기요금 할인, 지정병원에 한해 의료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지정병원은 일반병원에 비해 수가 적어 방문하기에 불편함이 있다”며 “일반병원에서도 전액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할인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말했다.

민족대표 33인 유족회장을 맡고 있는 정유헌(63)씨는 정광조 애국지사의 후손이다. 그는 변형된 3·1절에 대한 지식에 대해 말했다. 흔히 유관순 열사의 역사로 알고 있는 3·1절은 실제로는 33인 민족대표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유관순 열사는 3월이 아닌 4월에 천안의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며 “3·1운동은 민족대표 33인을 중심으로 시작된 만큼 이들을 집중 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족자 전체 회원들 중 30%만이 국가 지원 혜택을 받는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국가의 지원이 점차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적으로 느끼는 아쉬움도 컸다. 후손들은 “언제부터인가 잊혀지고 있는 3·1운동 정신이 아쉽다”며 “동북아 정세를 바꾸는 계기가 된 3·1운동이 갖는 국제적 의미와 민족의 숭고한 독립의지를 젊은 세대가 알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실제 인천에서 펼쳐지는 3·1절은 참담했다. 초·중·고교 교과서는 물론 교육과정 어디에서도 인천의 3·1운동에 대해 알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일선 학교는 학교장 자율적으로 3·1운동에 대한 교육을 맡기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매년 3·1절이 각급 학교 입학시즌과 겹치다 보니 커리큘럼에 지역 고장의 3·1운동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계의 어설픈 변명이었다.

인천시가 주관하는 3·1절 행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는 3월 1일이면 어김없이 수봉공원 현충탑을 참배하고 문화예술회관에서 기념식을 치른다. 하지만 1천여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날 행사에 일반인의 참여는 극히 저조하다. 허울뿐인 형식적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외면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나마 기초단체인 동구와 계양구 등이 인천 3·1운동의 성지로 꼽히는 창영초교와 황어장터를 중심으로 만세운동을 재현하며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국가보훈처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3·1절은 물론 6·25 한국전쟁, 8·15 광복절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행사를 중앙과 각 지역에서 치른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포격 등을 겪은 인천시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갖가지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행사 진행에 있어 인천시는 시민들의 바람을 잊어선 안 된다. 광복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는 보여 주기식 형식적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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