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지사 시절에는 지방이 황폐화해서 우선 지방경제 발전에 역점을 두고 그 다음에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러다 보니 (수도권)기업의 해외 이전 등 폐해가 적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수도권 규제와 관련한 이완구 국무총리의 답변이다.

수도권규제를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신년사와 궤를 같이하는 의미있는 답변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국가의 수장과 2인자는 한목소리로 규제 철폐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해 당사자인 도의 처신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니, 규제 철폐를 ‘규제 합리화’라고 부드럽게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가. 정작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도 비(非)수도권 지역 정치가들인데, 왜 우리가 ‘지역갈등’에 대해 지레 걱정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답답하기는 수도권 정치인들의 ‘지방 눈치 보기’도 매한가지다. 과연 조용조용히 처리해서 성공한 개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혹여 훗날 중앙 정치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데 지방의 표가 간절해서 그렇다면 차라리 솔직히 고백하는 게 올바른 도리가 아닌가 싶다.

재삼 강조하건대, 혁파의 과녁은 국내 기업의 해외 엑소더스를 막고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데 맞춰지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를 혁파하면 국가적으로 이득이 된다. 얼마 전 실시된 리서치앤리서치의 ‘경기체감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보면 국민들의 93.9%가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불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다.

이런 시기에 규제 철폐는 그야말로 국가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 경제를 일거에 활성화시킬 효과적인 반전 카드다. 기업 투자와 공장 신·증설이 시작되면 세수 확충에 기여함으로써 국가의 복지·증세 논란도 한층 가볍게 해 줄 수 있다.

수도권 규제는 이미 오래전 그 수명을 다한 잘못된 제도다. 수도권 규제를 계속 시행함으로써 지방이 얻는 이익보다 해외로 기업을 빼앗겨 국가경제에 주는 피해가 더 크다.

지방은 별도의 육성책으로 보완하고 이제 수도권은 족쇄를 풀어주는 게 맞다. 그런데도 비(非)수도권 지역 정치인들은 똘똘 뭉쳐 무슨 나라가 결딴이라도 날듯 결사반대를 해대고 있다.

비합리적이고 명분 없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흡사 ‘수도권이 잘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서둘러 인천·서울과 연대해서 공론화하고, 100분 토론에라도 나가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판인데, 도대체가 뭐하자는 건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