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제14대 총장에 최순자 화학공학과 교수가 선임됐다. 인하대 개교 61년의 역사에서 최초 여성 총장이 탄생했다. 제7대 원영무 총장에 이어 두 번째 모교 출신 총장이기도 하다. 게다가 인천 출신이다. “인하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대학가족 간의 소통과 지역사회와의 협력입니다.

앞으로 인하공동체 정신을 회복해 인천 거점대학을 넘어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도록 내 모든 열정을 쏟을 것이니 지켜봐 주십시오.” 한 언론에 밝힌 그녀의 포부이자 바람이다. 인하대가 인천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명문 사학이기에 최 총장의 이러한 다짐은 그 울림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인하대 이사회가 최 총장을 선택한 데는 대학과 재단이 겪고 있는 작금의 내우외환을 돌파하려는 출구전략이었다는 거다. 당장 전임 총장의 갑작스러운 자진사퇴를 두고 재단으로부터 ‘토사구팽’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조현아 땅콩회항’으로 여론이 악화된 데다가, 재단 입장에 서서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전임 총장의 이미지는 엄청난 부담이다. 국면 전환용 선수 교체가 불가피했다.

최 총장도 이번 총장 선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인천시와의 관계 개선이었다고 평가할 만큼 재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전근대적인 사학운영원리가 작용했다. 그래서 최 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큰 거다.

# 인천 출신 첫 여성 총장 탄생
최순자 총장은 인일여고와 인하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USC)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 1987년부터 교수로 재직했다. SCI논문 126편, 14권의 저서, 특허등록 33건 등의 연구실적과 함께 과학기술대상, 과학기술자 훈장 등을 수상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1·2대 회장, 한국공학한림원 최초 여성 정회원 등 여성 공학자로서의 선구적 역할도 수행했다.

학자이자 여성으로서 그녀의 이력은 화려하다. 게다가 민선6기 유정복 인천시장직 인수위원장도 역임했다. 광폭 행보다. 하지만 기대만큼 지역사회가 만족할 만한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우선 재단이 대학 발전을 위해 적극 투자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인하대는 60주년 기념관 건축비 248억 원, 송도 부지대금 80억 원 등을 올해 예산으로 잡았지만 재단의 투자는 한 푼도 없단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재단이 납부하지 않은 법정부담전입금 총 누적액이 146억 원에 이른단다. 초기 98.91%를 보이던 납부율도 70%대까지 떨어졌다.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하겠다는 심산인 거다. 반면 대학은 송도경제자유구역에 글로벌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며 조성원가에 준하는 토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재단의 적기 투자는 함흥차사다.

당시 대학에선 이 부지에 해외 대학의 분교 및 연구소와 연계한 첨단공학 분야 중심의 지식산업복합단지와 글로벌 기업연구소, 국책연구소가 입주하는 글로벌 R&D단지 등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2014년에 1차 개교를 해서 2020년엔 송도캠퍼스를 완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런 호언장담이 있었기에 인천시민이 지역대학으로서 인하대가 받을 혜택을 긍정한 거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이야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주장하지만 재단의 반응은 여전히 글쎄다.

게다가 전임 총장이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처럼 재단의 입김이 대학 운영 전반을 휘감고 있다면 재단 투자는 더욱 요원하다. 신임 총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지역대학 절실
인하대는 공업입국을 목적으로 인천시 등 정부와 하와이 교민들의 성금으로 설립된 대학이다. 인하대의 역사는 인천의 산업화와 궤를 같이하며 성장해 왔다.

인천의 자랑이었던 인하대가 어느 순간 지역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사학, 그들만의 학원으로 인천시민들에게 인식됐다.

다름 아닌 지역사회와의 ‘소통 부재’가 문제였다. 대다수 대학이 지방자치단체가 벌이는 학교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자산 증식, 사업 확장 등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대학마저 해당 지역을 그렇게 바라본다면 대학과 지역의 미래는 없다. 최 총장의 취임과 함께 인천과 지역대학의 상생발전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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